사이버먼데이 매출 약 16조원 예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의 본격적인 연말 쇼핑 시즌 개막을 알리는 사이버먼데이가 뜻밖의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연말부터 미 소비자들의 지출이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소비자들은 얇아진 지갑을 대신해 후불 결제를 적극 활용하고, 소매업계는 연말 실적 둔화를 우려해 더욱 공격적인 할인행사를 펼치면서 시너지가 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4분기에도 소비가 살아나 경기둔화가 본격화하지 않을 거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데이터분석기관 어도비애널리틱스 집계를 인용해 사이버먼데이인 이날 온라인 매출이 120억달러(15조6000억원)에서 최대 124억달러(약16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년대비 약 5% 넘게 늘어난 수준이자, 역대 사이버먼데이 사상 최대 매출이다.
사이버먼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주 첫번째 월요일로, 소매업체들의 대규모 온라인 할인행사가 진행되는 날이다. 블랙프라이데이와 더불어 연말 쇼핑시즌 시작을 알리는 날이자, 소매업계 입장에선 이날 매출이 연말연시 소비 심리와 실적을 가늠하는 잣대다.
전문가들은 사이버먼데이 흥행의 배경에 대해 소매업계의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숨을 죽이며 기다리던 소비자들이 사이버먼데이를 맞아 쏟아진 더욱 커진 할인 행사에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사이버먼데이 할인행사의 일환으로 55인치 아마존 파이어 TV 등 자체 전자기기를 최대 35% 할인 판매했고, 주방기기 등도 최대 46% 할인가에 내놨다. 사이버먼데이 전날 밤부터 대대적 할인행사에 나선 월마트는 의류 품목을 중심으로 할인율을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제공했던 50%에서 60%로 올렸다.
캐롤 스파이커먼 소매 컨설턴트는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오프라인 소매점들이 상대적으로 한산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최대 할인 혜택은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벡 판디야 어도비 수석분석가는 사이버먼데이가 끝나기 직전 늦은 밤에 온라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이 이후 할인 혜택 급감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견조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온 개인소비지출이 3분기 이후 본격적인 내리막길에 접어 들 것으로 관측했다. 소비를 지탱해 온 저축이 바닥나고 있는데다, 고금리·고물가 환경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 쇼핑 시즌을 맞은 미 소비자들은 ‘BNPL(Buy Now Pay Later)’이라 불리는 후불결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얇아진 지갑을 대신하고 있다. BNPL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결제 대행업체가 먼저 금액을 지불하고, 소비자는 해당 금액을 결제대행업체에 분할해서 납부하는 지불방법을 뜻한다. 신용카드와 방식은 비슷하지만, 서비스 수수료와 할부이자가 없는 데다 신용등급에도 크게 제한이 없다.
어도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이번 사이버먼데이에 BNPL 서비스를 통한 구매금액은 총 7억8200만달러(1조128억원)로 전년대비 약 1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르나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응답자의 절반이 연말 시즌 지출로 인한 청구서를 모두 지불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댄 돌레브 미즈호증권 분석가는 “BNPL의 인기가 너무 많아졌다. BNPL을 사용하는 규모가 너무 커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