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 제시 임시案, 백악관은 물론 공화당 강경파까지 반발

‘美 신용등급 전망 안정→부정적’ 무디스 “의회 내 정치 양극화 때문”

美는 물론 韓 ‘연말랠리’ 부담…이익추정치 하향까지

‘임시예산안 불투명’ 美 셧다운 닷새 남았다…코스피 2400, 다시 무너지나 [투자360]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피할 수 있는 협상의 시간이 12일(현지시간)로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하원 의장이 제시한 임시 예산안에 대한 합의까지 불발되면서 셧다운 현실화 가능성이 더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셧다운 현실화 시 미국 뉴욕증시의 약세 현상이 뚜렷했던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 등의 리스크에 이미 노출된 주식 시장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미 나스닥 지수의 향방에 큰 영향을 받는 국내 증시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평가다.

하원의장 제시 임시案, 백악관은 물론 공화당 강경파까지 반발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의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가 이미 지난달 1일 시작된 상황에서 미국 여야가 합의한 임시예산안의 적용 기간이 종료되는 17일(현지시간)까지 후속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연방정부의 일부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 소속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내년 2월까지 쓸 또 하나의 임시예산안을 제안했지만 백악관이 강하게 반발한 데다 공화당 내에서도 일부 강경파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처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이 안은 더 많은 공화당발 혼돈과 더 많은 연방 정부 셧다운을 위한 레시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공화당 초강경파 모임인 프리덤코커스 소속인 칩 로이 하원의원(텍사스)은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존슨 의장의 예산안이 삭감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0%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표 단속을 통해 하원에서 이 예산안을 가결 처리하더라도 상원의 경우 민주당(친민주당 무소속 포함)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계속 반대하면 통과가 어려워 예산안은 표류하게 된다.

‘美 신용등급 전망 안정→부정적’ 무디스 “의회 내 정치 양극화 때문”

다시 찾아온 셧다운 위기는 미국 경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0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는데, 무디스는 이런 조치의 근거로 “의회 내 정치 양극화”를 거론하며 셧다운 위기를 언급했다.

앞서 피치는 지난 8월 부채한도 공방에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한 바 있다.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필수인력을 제외한 연방 정부 근로자는 급여를 받지 못한 채 휴직 상태에 들어간다. 여기에 저소득층에 대한 식료품 보조금 지급 등 일부 사회복지 프로그램 집행에도 차질을 빚게된다.

이번 셧다운이 증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는 연방정부 운영 중단에 따른 주요 경제 지표 발표 지연·중단 가능성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거듭 강조하고 있는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 관련 경제 지표 발표가 늦어지면서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와 피벗(pivot·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더 멀어질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지난 50년간 20여 차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겪었다. 가장 최근의 셧다운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인 2018년 12월 시작해 역대 최장인 34일간 지속된 바 있다. 과거 셧다운 기간 미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때 셧다운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5% 넘게 급락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10월 16일간 이어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셧다운 때도 고점 대비 10% 하락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상태가 장기화 국면을 보이고 있는 현재 상황은 과거에 비해 투심이 부정적 변수에 더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美는 물론 韓 ‘연말랠리’ 부담…이익추정치 하향까지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가능성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인해 변동성이 커진 국내 증시에 또 다른 변수를 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말랠리를 기대하는 미 증시 입장에선 부담”이라며 “9월 이후 S&P500의 올해 4분기, 내년 1·2분기 어닝 수청치가 낮아진 상황 속에 셧다운 리스크가 재점화될 경우 이익추정치 하향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조사국은 셧다운이 한 주씩 연장될 때마다 국내총생산(GDP)이 0.15%포인트씩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 10월 미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컨센서스를 재차 하회하는 등 소비자들의 여력이 직전 셧다운 리스크 부각 시점과 달리 충분치 않다는 점도 증시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증시에 대한 전망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국내 증시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재선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의 경우에도 추정치 상향조정이 다소 둔탁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수출주 중심의 밸류에이션 메리트는 여전하지만, 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이 부재하다면 연말 중 트래일링(Trailing) 주가순이익비율(PBR) 1배 수준인 코스피 2620포인트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고 내다봤다.

“연말 랠리 위해선 기업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 가능성 줄어야” [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