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46조원대·빚투 16조원대 진입
MMF, 파킹형 ETF에는 '뭉칫돈'
고금리 장기화에 주가조작 사태 투심 위축 영향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고금리 장기화에 국내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이어가자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과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융자잔고 모두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와 달리, 머니마켓펀드(MMF)나 파킹형 ETF(상장지수펀드) 등 단기 투자 상품에만 뭉칫돈이 몰리면서 투심도 잔뜩 위축된 분위기다.
3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일 기준 46조120억원을 기록했다. 10월 첫 거래일(52조2467억원)과 비교하면 최근 한달 간 6조2348억원이 증시를 빠져나간 셈이다. 3월 3일(45조6464억원) 이후 최저치다. 또 올해 투자자예탁금이 가장 컸던 지난 7월 27일(58조1991억원)과 비교하면 12조1871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등을 매수하기 위해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에게 맡긴 자금을 의미한다. 언제든 주식시장으로 투입될 수 있어 증시 대기자금이라고 불린다. 올해 하반기 일평균 투자자예탁금은 51조3357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달 중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를 기점으로 46조원대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빚투’ 역시 연초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 융자잔액은 지난 1일 16조7422억원으로 한 달 전(19조3143억원)과 비교해 2조5721억원(13.3%) 감소했다. 2월 10일(16조6148억원) 이후 최저치다. 연중 최고치인 8월 17일(20조3880억원)보다는 3조6458억원이 줄었다. 신용거래 융자잔액은 투자자가 주식을 살 목적으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빚투도 잠잠해진 분위기다. 월 평균 신용거래 잔액을 살펴보면, 올해 1월 15조9119억원에서 시작해 4월 19조원대까지 급증하다 8월 들어 20조원대를 넘어섰다. 상반기 국내 증시를 휩쓸던 2차전지 등 테마주 열풍이 한풀 꺾이면서 ▷9월(20조1083억원) ▷10월(18조1785억원) ▷11월 1일(16조7422억원)으로 내림세를 타고 있다. 이렇다 할 증시 주도주도 없어 투자자들의 기대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활력을 나타내는 거래대금도 말라가고 있다. 올 7월만 해도 하루 평균 14조원을 넘었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8월 들어 10조원대로 뚝 떨어지더니 9~10월 8조3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올7~8월 하루 평균 12조원이 넘었던 코스닥 거래 대금 역시 이달 들어 6조836억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최근 증시 주변 자금이 급감한 배경엔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주가조작 사태 등 대내외 악재가 쌓이면서 투심도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영풍제지 사태와 같이 미수거래를 악용한 사례가 또다시 드러나자 증권사들도 일제히 ‘빚투’ 문턱을 높였던 움직임 역시 신용거래가 줄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증시를 빠져나간 돈은 머니마켓펀드(MMF)나 파킹형 ETF(상장지수펀드) 등 단기 자금운용 상품을 향하는 분위기다. 올 6월 176조원대를 나타내던 MMF 잔고는 이달 들어 193조9539억원(1일 기준)으로 급증했다.
MMF 잔고가 190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 4월 19일(190조9309억원) 이후 약 7개월여만이다. MMF는 단기금융상품인 단기채권이나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예금 등에 투자하는 초단기 상품이다. 대표 파킹형 ETF인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에도 최근 1개월 사이 약 1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