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9월 주담대서 원금 10배 규모 대출 담보잡아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은 것…농협 기준과 비교돼”

“채무자 상환능력·주식고평가 고려한 듯” 분석도

영풍제지 주담대 10분의 1 평가…대구은행, 주식 거품 미리 알았나 [투자360]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기관들이 하나둘 손실을 보는 가운데 ‘영풍제지 사태’ 발생 한 달 전 체결한 대구은행의 계약 내용이 시장에서 재주목받고 있다. 영풍제지가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았는데도 아직 대구은행만 손실 구간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대구은행이 계약 당시 영풍제지 주가의 10% 수준으로 평가해 담보 물량을 대거 잡았기에 가능했던 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대구은행이 영풍제지의 고평가 거품과 채무자인 대양금속의 상환 능력을 어느 정도 인지한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영풍제지 주식 총 1112만5000주를 담보로 3회에 걸쳐 대양금속에 340억원을 빌려줬다. 총 대출금액을 주식 수로 나눈 주당 주가는 3056.18원이다.

계약 건별로 살펴보면 ▷5월(80만주·주당 6250원, 832만5000주·2400원) ▷9월(200만주·4500원) 순이다. 이날도 영풍제지는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에 직행하면서 4000원대까지 내렸다. 여전히 대구은행의 전체 평균 단가(3056원)를 웃도는 상태지만, 3일에도 ‘7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 손실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건 바로 3000원 수준의 평균단가다. 계약 당시 영풍제지의 시세를 고려하면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평가가 많아서다. 대양금속이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대구은행에 90억원을 빌린 지난 9월만 해도 영풍제지 주가는 4만5000원대(평균 4만7639원)를 웃돌았다.

계약 평균 단가는 당시 주가 시세의 10% 수준으로 평가됐다. 원금의 10배가 넘는 물량을 담보로 잡은 셈이다. ‘영풍제지 사태’가 발생하기 약 한 달 전으로, 이전에 체결했던 잣대보다 담보 물량을 더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5월 대구은행의 계약 내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은행은 주당 평균 2740원 수준으로 평가해 250억원을 빌려줬다. 이는 5월 평균 주가(1만8459원)의 14.8% 수준에 그친다. 같은 달 농협은행이 영풍제지를 주당 6000원 수준으로 계산해 100억원을 빌려준 사례와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영풍제지는 그간 시장에서도 주가 흐름이 이상하다고 얘기가 많았는데, 대구은행이 어느 정도 (위험성을) 인지하고 담보를 많이 잡은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은행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출 취급은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이뤄졌다”며 “대양금속에 대한 대출 거래는 금융거래정보로 공시 자료 외에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은 현재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재무건전성 및 은행의 채권보전책 등 종합적인 사항을 고려하여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풍제지의 하한가 행진에 농협은행과 키움증권도 위기에 빠졌다. 이날 영풍제지 주가가 이른바 ‘쩜하’로 떨어지면서 농협은행의 손실은 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쩜하란 장 시작과 동시에 적은 거래량으로 하한가에 직행하는 현상을 뜻한다. 매수 주체가 없다는 의미로 이 경우 반대매매조차 어렵다. 대구은행도 하이투자증권 계좌를 통해 계속해서 반대매매 물량을 내놓는 것으로 추정된다.

키움증권의 손실도 불어나고 있다. 이번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은 키움증권을 창구로 활용해 미수거래를 하는 등 시세조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 측은 영풍제지 거래정지 다음 날이었던 지난달 20일 공시를 통해 고객 위탁 계좌에서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 다올투자증권은 전날 하한가를 종가 기준으로 약 3900억원의 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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