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동시위축기
양대자산 동반하락에 이중고 호소 투자자 증가
개미들 10월 순매수 톱10 종목 ‘ALL 마이너스’
[헤럴드경제=서경원·신동윤 기자]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지속되면서 주택 가격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가운데 주식시장마저 고꾸라지면서 양대 자산시장(부동산·주식)의 동시 하락에 이중고를 호소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에는 ‘3억 5천(만원)을 날렸으면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제목의 사연글이 올라왔다. 이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집값이 산 시점에서 1억5천(만원)이 빠졌고 주식 2억(원)을 잃었습니다”라며 “집 무리하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서 처맞은거 맞고 주식 수익권인 시절 있었고 빠질 수도 있었는데 계쏙 줄줄 새는거 ‘어~어~’ 하다 돌아보니 이렇게 됐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냥 막 진짜 막막한데 1년에 월급 모아봐야 나가는 돈 빼면 3천(만원) 정도인데, 이제 경제 안 좋아서 성과금 같은거 없을거고, 단순 계산하면 제 12년의 노동이 사라진건데, 진짜 실감도 안 나고 뭘 어떻게 해야 하죠”라며 “아내하고는 요즘 대화도 거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동료들한테는 티도 못 내겠고 친구들도 크든 작든 잃어서 나 혼자 힘들다 말 못하겠다”며 “진짜 이제 어떻게 해야하죠”라고 호소했다.
이 글에는 ‘집은 팔기 전까지 잃은거 아니니 그냥 버티면 또 올라온다. 팔기 전까지는 이득도, 손해도 아니다’, ‘집값은 회복되지 않을까요. 주식 2억만 생각하세요’, ‘집값은 실거주라면 어느 순간 복구되니까 빼고, 주식은 더 이상 하지 마세요. 또 복구하려고 대출 코인 도박하지 마시고 성실히 사세요’, ‘2억 손실 확정은 아닌거잖아. 일단 버텨보자’, ‘집은 버티면 본전은 온다 생각하고, 그럼 2억인데 그냥 투잡 뛰면서 기간 줄여야지 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실제로 ‘블랙 옥토버(Black October·검은 10월)’의 폭풍우 속에서 개미들이 외국인·기관 투자자에 비해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수액 상위 종목들의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개인이 외국인·기관에 비해 낙폭이 눈에 띄게 컸고, 오히려 주가가 올랐거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방어력’이 돋보였던 종목들을 개인 투자자들이 더 많이 파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액 톱(TOP)10 수익률이 한 종목도 빠짐없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통해 지난 10월 한 달간(10월 4일~10월 31일) 개인·외국인·기관 투자자별 순매수·순매도액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에 대해 분석했다.
이 결과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들의 평균 수익률은 -18.75%로 외국인(-13.09%), 기관(-6.58%)에 비해 확연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중 코스피, 코스닥 지수 등락률이 각각 -7.59%(2465.07→2277.99포인트), -12.48%(841.02→736.10포인트)를 기록하며 확연한 하락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개인 투자자의 성적표가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분명하게 나빴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 톱10 종목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때 눈여겨볼 지점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이 하나도 없었다. 포스코퓨처엠(순매수액 2310억원·5위)의 수익률이 -34.21%로 가장 낮았던 가운데, 유한양행(1949억원·6위) -24.27%, 포스코홀딩스(2678억원·3위) -23.08%, 에코프로비엠(2757억원·2위) -22.45%, SK이노베이션(1828억원·7위) -17.88%, LG에너지솔루션(4204억원·1위) -19.10%, 삼성SDI(2439억원·4위) -16.89%, LG화학(1740억원·8위) -11.38%, 현대차(1414억원·10위) -11.20%, 네이버(1558억원·9위) -7.00% 순서로 전 종목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약세장 속에서도 외국인(현대바이오 수익률 27.21%, 아모레퍼시픽 3.61%, SK하이닉스 1.39%), 기관(크래프톤 8.76%, 삼성바이오로직스 4.11%, SK하이닉스) 투자자가 각각 순매수액 톱10 종목 중 3개씩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더 확연해진다.
개인 투자자는 그대로 들고 있었을 경우 주가가 올랐거나 다른 종목에 비해 덜 하락했을 종목을 외국인·기관 투자자에 비해 더 많이 매도함으로써 ‘방어력’조차 현저히 낮았다는 점도 보여줬다. 지난 10월 한 달간 개인 순매도액 톱10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4.09%로 외국인(-14.53%), 기관(-20.73%) 투자자의 결과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높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투(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경우 보유한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해 약세 대형 종목들을 중심으로 비중을 확실하게 낮춘 것”이라면서 “반면 올해 들어 예년보다 단타(단기 투자) 성향이 더 뚜렷한 것으로 평가되는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졌을 때 해당 종목을 ‘저가 매수’하는 일명 ‘줍줍’을 한 뒤 반등 시 매도하는 전략을 채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개인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 종목은 2차전지 관련주였다. 6위 유한양행을 제외한 순매수액 상위 1~5위, 7~8위 종목 모두 2차전지주였고, 7개 종목에 대한 순매수액 규모로는 1조7956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3개 종목(순매수액 5864억원), 기관 4개 종목(5940억원)과 비교했을 때 종목수는 1.8~2.3배, 순매수액은 3~3.1배씩 개인 투자자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