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플랫폼 출시에도 빈집 골치였는데
외국인들 저렴한 값에 고옥 구매→개조 후 임대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빈집에 세금을 부과하는 안이 나올 만큼 빈집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된 일본에 ‘빈집 비즈니스’가 꿈틀대는 모양새다. 외국인들이 빈집을 저렴하게 구매해 개조한 뒤 일본 여행객을 대상으로 임대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매체 쿠리어재팬은 프랑스 출신 20대 코린 아길레가 일본 나라시에 490만엔(약 4418만원)에 빈집을 구매한 사연을 소개했다. 아길레는 2년 전 100년이나 된 빈집을 구입해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아길레는 추후 일본을 찾는 관광객에게 주택을 임대할 예정이다. 아길레는 “10년 안에 이 집을 호텔로 만들어 관리인을 고용해, 내가 상주하지 않아도 되는 순수 수익형 부동산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어로 빈집을 뜻하는 ‘아키야’(空家)는 출생률 감소로 인구가 줄면서 지난 수년 사이 일본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집주인 사망시 주택을 관리해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고, 철거 비용도 적지 않아 집들이 비워진 채 방치됐다.
일본 정부는 빈집 문제 해결에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4년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특정 빈집에 대한 강제 철거 등을 가능하게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빈집 정보를 관리하고 경매를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빈집은행’이라는 플랫폼도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빈집은 늘어만 갔고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33년에는 일본의 빈집이 1100만 채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에 빈집을 리모델링해 임대하는 사업이 외국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작가이자 일본학자인 알렉스 커는 “부동산 회사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고풍스러운 주택들을 사들여 자산가 외국인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고, 젊은 외국인 구매자들이 아키야로 에어비앤비 임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 업계 관계자 역시 “많은 홍콩인들이 일본에서 빈집을 구입해 에어비앤비로 임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부동산 컨설팅업체 ‘아키야 앤드 이나카’도 올해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빈집 비즈니스’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키야 앤드 이나카’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판매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이 회사 공동대표 케첨은 “2020년도 빈집 중개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보다 문의가 5배나 늘었다”면서 “초기에는 일본 거주자, 호주인, 싱가포르인들 위주로 문의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미국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의 ‘빈집 비즈니스’가 우리나라에도 통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주택 건축 구조부터 관광 수요, 경제 상황까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김주일 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일본은 엔저까지 겹쳐 관광객들이 많이 늘고 있고 도쿄 외에도 나고야, 고베 등 여러 곳에 관광지 분포해 에어비앤비 임대수요가 충분하다”며 “또 일본은 우리나라와 주택구조 자체가 다른데 우리는 콘크리트 기반인데 일본은 목조 건축 기반으로 리모델링 등 수리가 쉽다”면서 “빈집 비즈니스가 우리나라에도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