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이사회, 화물 분리매각 '고심'
대한항공 EC에 시정조치안 제출 제동
산은 '해외기업결합 실패' 책임론 직면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대한항공 피합병을 위한 화물사업부 분리매각 의안에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절차에 또 한 번 제동이 걸렸으며 이들 두 곳을 지원한 KDB산업은행은 구조조정 성과 평가 측면에서 책임론에 직면할 전망이다.
31일 아시아나항공은 전일 이사회를 개최해 대한항공과 기업결합심사 관련한 내용을 검토했으나 표결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대한항공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을 살펴본 것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주요 여객 노선 이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대한항공은 시간에 쫓기게 됐다. 앞서 EC 측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시정조치안 제출 마감일을 31일로 설정했다. 현지시간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은 늦어도 11월 1일 오전까지는 EC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해야 한다.
산업은행도 초조한 입장이다. 이번 거래를 주도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에 8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양대 국적 항공사를 통합해 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한진칼 지배주주의 경영권 보호자를 자처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는 한진칼 '보통주' 인수에 5000억원을 투입해 회수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한진칼 주가가 하락하면서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 가치는 2966억원으로 낮아져 마이너스(-) 40%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대한항공 보통주를 취득할 수 있는 교환사채도 보유 중이지만 이 역시 권리 행사가격(2만716원)이 대한항공 시가보다 비싸다.
시장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HD현대중공업’ 사례처럼 해외 기업결합 절차를 무시하고 매각을 시도했다가 실패 사례가 추가되는 상황을 가장 기피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해외 경쟁당국 승인이 불발되면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낮은 가격에 제3자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기업구조조정에 특화된 사모펀드(PEF) 운용사, 사모신용펀드(PCF) 운용사 등이 아시아나항공 딜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제3자 매각 시나리오가 실현된다 해도 단기간에 산업은행이 정책 자금을 회수할 개연성은 적다.
9월 기준 산업은행이 수출입은행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자금 중 미상환 금액은 2조7760억원이다. 같은 시점 아시아나항공의 현금성자산은 1조5000억원대 안팎으로 예상된다. 재무 역량을 감안하면 오히려 산업은행의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 경영 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나 금융비용을 감당하기에도 유동성이 빠듯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자비용만 192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3조5730억원, 영업이익 318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8%, 13%씩 성장했으나 여전히 영업외비용 부담 탓에 순이익은 남지 않는 상태다. 6월 말 아시아나항공의 연결 부채비율은 2098%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