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의원, 조합 신속한 청산 등 내용 담은 주택법 개정안 발의
지난 7월, 5년 이상 청산 지연 조합은 전국 64곳 집계
[헤럴드경제=이준태 기자] 준공된 지 수 년이 지속돼도 청산하지 못한 주택조합에 대한 입법 조치가 나왔다. 청산하지 않은 조합에서 월급은 계속 지급됐는데, 조합 측이 고의로 청산을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해산한 주택조합의 신속한 청산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 의원은 발의 취지로 현행법상 사업 추진이 종료된 경우에 대한 조합 해산 절차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조합이 이후 또 다른 법인의 형태인 청산 법인의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청산위원회를 구성하고 민법을 적용받는다. 때문에 국토부나 지방자치단체 관리·감독 권한이 사라지게 된다. 행정적으로 지도할 수 없고 법원 소송전 등을 통해서만 조합 내부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이에 조합 임원이 장기간 임금을 받거나 조합원에게 배분될 자산을 유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법망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조합 임원이 청산을 고의로 지연시키려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유도하거나 일처리를 늦춘단 것이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해산한 전국 387개 재건축·재개발 조합 중 청산되지 않은 조합은 65.4%(253개)로 나타났다. 특히, 조합 해산 후 5년 이상 청산이 지연되고 있는 조합은 전국 64곳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해산한 193개 조합 중 청산이 완료된 곳은 25.5%(49개)로 나타났다. 일부 조합에선 청산인이 고의로 청산 절차를 지연시킨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수사를 통해 채권 추심과 변제 등을 위해 남겨둔 유보금을 횡령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김 의원이 또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조합 해산 및 청산 현황’ 조사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조합의 조합장 및 직원의 월 평균 급여는 441만2095원인 것로 나타났다. 적으면 100만원, 많게는 1300만원까지 보수를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 의원은 사업이 종료된 주택조합이 주택건설사업 종료 후 사용검사를 받은 날부터 일정 기간에 해산 절차를 이행하도록 강제하겠단 방침이다. 그 기간 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조합이 해산하지 않을 경우 해산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서울시에서도 지난 7월 준공 후 1년이 지난 미청산 조합을 대상으로 6개월마다 해산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미청산 조합의 신속한 청산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강제성을 띠고 조합을 청산하는 것은 현실적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도 나온다.
이에 법안을 발의한 정운천 의원실 관계자는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며 “서울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악용 사례가 나오다 보니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청산하기 위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조합이 청산되면 시공사에 납부해야 하는 사업비나 관리비 등이 소멸된다. 이에 조합이 청산하지 못한 원인을 짚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 내부의 서로 간의 이해관계나 시공사와 정산하지 못한 대금, 행정적으로 미진한 사항들로 청산되지 못한 조합이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준공 후에도 월급을 받아가기만 하는 악성 조합 임원을 퇴치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좋다”면서 “강행법규로 이행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리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