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이란참전시 배럴당 150달러 전망
“적극적인 증시 대응 지양해야”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이 확산되면서 유가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이란전으로 확전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강달러와 유가상승이 동반될 경우 국내 성장주를 중심으로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중동 정세 불안을 반영하며 전주대비 5.9% 상승한 배럴당 87.69달러로 한주를 마감했다. 여기에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중동 분쟁에 이란이 참전할 경우 국제 유가가 150달러선을 넘어서는 ‘오일쇼크’가 올 수 있으며, 내년도 세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 대비 1%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추산했다.
중동 불확실성은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높여 금리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고유가로 물가를 자극해 금리 하락을 제한하는 변수로도 작동할 수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은 유가와 더불어 금리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금리의 방향성이 매우 불명확해져 시장 흐름을 예상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시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적극적인 시장 대응은 잠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달러=국제유가 하락’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점도 한국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로 표기되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달러 강세는 각국 통화 가치 하락을 의미하고, 원유 수입국의 구매력과 수요가 위축돼 국제유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지금까지 달러화 강세와 이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입 물가가 낮아져 강달러와 대외채무 부담 충격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최근 둔화됐다. 미국이 과거에는 에너지 순수입국이었으나 2016년 원유 수출을 허용하면서 에너지 순수출국이 됐고,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의 교역조건 개선 요인이 되면서 강달러 현상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원화 표시 수입 가격의 상승 폭을 키워 국내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고물가로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특히 성장주가 타격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증가에 의해 유가가 상승할 경우 호재로 인식되지만, 공급제한에 의한 유가상승은 물가 및 원재료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물가상승률 변화로 말미암아 주식시장에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성장주”라며 “최근 수년 동안 성장주는 ‘물가상승률 상승→시중금리 상승→성장주 하락’이라는 관계로 움직였다. 성장주 투자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