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베브9 발급 중단 소식에 신청 급증
연회비 100만원에도 역마진…“항공석 업그레이드”
카드사 “체리피커 고객도 충성고객”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KB국민카드는 최근 ‘베브9 대한항공 카드’와 ‘베브9 토탈마일 카드’가 발급 종료에 따른 카드 신청 급증으로 카드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고 공지했다. 카드 사용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엔 ‘다들 발급 중단된 베브9 받으셨죠?’라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회비가 10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카드지만 항공석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등 파격적 혜택 때문에 발급 중단 전 신청하는 이들이 폭주한 것이다.
카드사가 긴축에 들어가면서 ‘체리피킹(특정 요소만을 골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소비하려는 현상)’ 전략을 세우는 고객도 더 늘어나고 있다. 카드사는 연회비가 100만원에 이르는 카드도 적자가 발생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을 리뉴얼하는 등 상품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알짜카드로 불리는 수많은 카드가 공급 중단에 들어가자 막판 발급을 받는 소비자도 급증하는 중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최근 39종의 카드를 발급 종료한다고 안내했다. 해당 목록에는 포인트리를 적립받을 수 있는 ‘포인트리 체리·라임·파인 및 플래티늄카드’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뜨거운 ‘베브9 카드’ 등이 포함됐다.
KB국민카드는 베브9 카드를 발급 중단하는 대신 연초 새롭게 출시된 프리미엄 라인인 ‘헤리티지 스마트’ 등과 같은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베브9 카드는 오래된 프리미엄 상품”이라며 “올해 새로운 프리미엄 라인업인 헤리티지 시리즈 출시로 인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서비스를 정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브9 카드는 발급 종료 및 갱신이 불가하다는 공지가 뜨자마자 불티나게 신청 및 갱신이 급증하고 있다. 신청하고 카드 수령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릴 정도다.
이같이 중단된 카드 신청이 급증한 이유는 소비자 사이에서 체리피킹 전략도 함께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브9 카드는 동반자 항공권, 항공좌석 승급, 여행상품 할인, 영화 및 공연 동반자 1인 무료 혜택 중 4개 쿠폰을 연 1회 제공하는 파격 혜택을 준다.
베브9을 발급받은 즉시, 카드를 정지해 연회비를 내지 않고 해외여행을 위해 필요해졌을 때 다시 정지를 풀어 연회비를 내면 100만원의 돈으로 배우자의 항공석을 구매하거나 좌석 업그레이드(이코노미→비즈니스 또는 비즈니스→퍼스트클래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한 소비자는 “베브9 카드를 받자마자 정지시키려고 했는데 벌써 연회비가 형성돼 있다”며 “어차피 발급된 것 잘 활용해서 써야겠다. 해외여행을 가야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체리피킹’ 사례는 소비자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대표적인 게 신한카드의 ‘신한 더모아 카드’다.
지난 2020년 11월 출시돼 1년여 만에 신규 발급이 중단된 이 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부터 1000원 미만 잔돈을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마이신한 포인트’로 적립해줬다. 이에 통신비를 5999원씩 10번 결제해 1만원에 가까운 현금을 챙기는 등 분할 결제를 이용하는 관습이 퍼졌다. 신한카드는 이 같은 오남용을 막기 위해 분할 결제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민원이 금융감독원에 빗발치는 등 논란이 일자 조치를 잠정 보류했다.
최근 카드사들의 카드 발급 중단이 증가하고 있어 이 같은 사례도 더 많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하나카드는 전월 실적과 관계 없이 할인을 제공하던 ‘슈퍼쇼퍼’ 카드 등을 발급 중단한다고 밝혔다. 롯데카드도 총 14종의 시리즈 카드를 발급 중단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8개 전업 카드사에서 신용카드 139개, 체크카드 20개의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다만 ‘체리피커 고객 역시 카드사 충성고객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리피커 고객은 자사 상품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고객군으로 보고 있다”며 “체리피커 고객을 통해 고객 니즈에 대한 정보 취득, 혜택이 좋은 상품이라는 평판 획득, 체리피킹 과정에서 자사 카드의 꾸준한 이용 및 록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