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서울 소재 한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모(36) 씨는 최근 3년 간 꾸준히 투자해 온 삼성전자 주식을 손절(손해를 보면서 매도)할 지 여부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적금이라 생각하고 매수해왔지만, 고금리 적금 상품이 워낙 많아지면서 주식 투자보다 수익률이 훨씬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다.
국내 증권사에서 ‘9만전자(삼성전자 주가 1주당 9만원)’ 현실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좀처럼 믿지 못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경기 반등에 따른 주가 상승 전망이 수개월 간 계속되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7만전자’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일 고금리 특판이 열리는 등 대체 투자처가 확장되면서 이 같은 논란은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증권, 대신증권, IBK투자증권, 키움증권, 다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지난 달 발표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최저 9만원에서 최고 9만1000원까지 제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9만1304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외국계 투자은행(IB) 역시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9만원대로 올렸고, 씨티증권은 지난 8월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높여잡았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삼성전자 주가 반등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반도체 재고 문제가 끝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스마트폰과 컴퓨터(PC)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평균 3~4주 미만으로 접어들며 적정재고(6~8주)를 밑도는 수준까지 재고 조정이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감산에 속도를 내며 지긋지긋했던 메모리 재고는 확실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는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등으로 반도체 적자가 줄어들며 3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성능 인공지능(AI)용 메모리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역시 ‘9만전자’ 도달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HBM 설계, 생산부터 2.5D 첨단 패키징까지 턴키 생산체제를 유일하게 구축하고 있다”며 “이는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HBM시장에서 엔비디아, AMD를 비롯해 신규 고객사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종목토론방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가 반등 가능성에 의문 부호를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에 스마트폰, PC 등 반도체가 필요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예상만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급등 중인 예적금 금리 역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투심을 식히는 요인이란 평가도 나온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최고 연 4.05%까지 오른 가운데, 서울 소재 A 새마을금고에선 연 8.8% 적금 특판을 지난 25일 내놨다. 본래 한달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한도 소진으로 사흘만에 마감됐다. 대면 가입만 가능하고 최소 500만원 예금을 개설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음에도 불구하고 가입 고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새마을금고가 신규로 취급한 예금의 평균 금리는 지난달 연 4.49%로 집계됐다. 전달 연 4.23%에서 한달새 0.26%포인트 올랐다. 일부 새마을금고에서는 현재 비대면 가입이 가능한 예금 금리가 연 5.5%에 달한다.
같은 상호금융사지만 비교적 예금 금리가 낮았던 신협에서도 하나둘 특판이 개시되고 있다. 지난 25일 부산 소재 B신협에서는 최고 연 5.3% 예금 특판을 열었다. 같은 날 대구 소재 C신협에서도 비대면 전용 연 5% 예금 특판을 개시했다. A새마을금고와 B신협에서는 불과 전달에도 특판을 열어 금세 마감된 바 있는데 한달 만에 또 다시 특판을 벌여 자금을 끌어모으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