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정부가 연방 정부 ‘셧다운(shutdown·정부 공무원들의 급여 지급 및 일부 업무 중단)’ 사태를 모면했다. 미국 상·하원이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처리하면서다.
국내외 증시에 단기적으로 최대 리스크로 꼽혔던 미 연방 정부 셧다운 위기가 극적으로 해소되면서 미 뉴욕증시(NYSE)는 물론, 국내 증시에도 ‘안도 랠리’가 펼쳐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45일간 시간 번 美 셧다운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 정부의 내년도 예산처리 시한 종료일인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이 45일간의 임시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셧다운’ 사태는 미국 여야가 타협을 모색할 45일간의 시간을 벌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새롭게 제안한 임시예산안은 이날 하원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찬성 335표·반대 91표로 가결됐다. 민주당 의원의 약 99%인 209명과 공화당 의원의 57%인 12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어 상원에서도 임시예산안은 찬성 88표, 반대 9표로 가결됐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46명, 공화당 의원 중 39명이 각각 찬성했고 반대표 9장은 모두 공화당 의원에게서 나왔다.
오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으로, 셧다운 약 3시간을 앞두고 극적으로 의회 문턱을 넘었다. 임시예산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정 전에 서명함으로써 발효했다.
임시예산안은 오는 11월 17일까지 연방 정부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임시예산안은 미국민 일상과 미국 및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셧다운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데 미국 여야가 막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극적으로 처리됐다.
특히 예산 대폭 삭감을 요구해온 당내 초강경파 20여 명에게 그간 휘둘리는 듯했던 매카시 의장이 민주당 표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양보’를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美 연준·ECB 행보에 초점…각종 경제 지표도 살펴봐야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잠시 유예 됨에 따라 우려했던 단기 변동성 확대 등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셧다운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과거의 교훈이긴 하지만, 올해 만큼은 셧다운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셧다운 당시에 비해 데이터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셧다운 장기화 시 국내총생산(GDP), 고용,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통화정책 결정과 직결된 데이터들을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의회 예산안 통과 여부가 증시 방향성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 주요 당국자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준금리를 추가 상승할 지 결정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데이터 확인이 늦어질 수록 국내외 증시가 주목하고 있는 고금리 지속 여부와 피벗(pivot·금리 인하)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한 연구원은 “예산안 합의 시 지표 측면에서 주목해야할 이벤트는 미국의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컨센서스는 신규고용이 16만3000건(8월 18만7000건), 실업률이 3.7%(8월 3.8%)로 혼재된 결과가 나올 것으로 형성되고 있는데, 여기서 자동차 3사(포드·GM·스텔란티스) 노조 파업 이슈가 9·10월 고용지표에 어느정도 반영되는 지도 이번 고용지표에서 주안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중앙은행의 행보에도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2일(현지시간)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함께 근로자, 중소기업 오너,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원탁 토론에 나선다.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과 경제정책에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된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도 이번 주 연설이 예정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4일 연설에 나선다. 라가르드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행렬을 멈출 것을 시사할지 아니면 불확실성을 이유로 긴축 기조를 고수할지 관심이 쏠린다.
코스피, 명절 후유증 여부에 관심
국내 증시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추석·개천절 등으로 이어진 긴 연휴를 지난 코스피 지수가 ‘명절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2508.13) 대비 43.06포인트(1.72%) 하락한 2465.0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8~29일 추석 연휴에 따라 3거래일만 거래된 가운데 25~26일 이틀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며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29억원, 4818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6309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연구원은 “이번주 연휴가 끝난 직후 오는 4일부터 열리는 국내 증시는 장 초반 연휴 기간 대외 이벤트를 일시에 반영하면서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를 소화해가면서 이번주 예정된 고용지표, 삼성전자 잠정 실적 등 펀더멘털에 주목하며 주가 복원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