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장중 894.1원 기록…“당분간 강세 어려워”
BOJ 정책결정 주목…시장은 동결 전망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기록적인 엔저 흐름에 엔화 예금이 1조엔 규모로 커졌다. 일본이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달리 ‘나홀로 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원/엔 환율이 연저점을 경신하자, 돈이 몰린 것이다.
엔화 예금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선 미국의 긴축 강도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엔화 가치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단기에 엔화 예금으로 수익을 보기란 쉽지 않단 얘기다. 엔화 가치의 상승은 미국이 통화 정책의 고삐를 풀 시점에 달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 예금 잔액은 19일 기준 9914억엔으로, 지난해 말 대비 2892억엔(41.2%) 증가했다. 8월 말(9539억엔)에 비해서도 375억엔 증가한 수준이다.
4월 말(5778억엔)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엔화 예금은 5월 말(6978억엔), 6월 말(8819억엔)에도 점점 더 빨리 불어났다. 7월부터 증가폭은 줄었지만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9월 말 1조엔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계속된 엔저에 환테크족이 엔화 매수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실제 19일 오전 원/100엔 재정환율은 장중 894.1원까지 떨어져 지난 8월 1일 기록한 연저점(895.1)을 뚫고 내려갔다.
일본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도 강도를 높이고 있으나, 이 같은 흐름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관(차관급)은 엔화 약세에 대해 “높은 긴장감을 갖고 시장을 주시하고, 지나친 변동에 대해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외환당국은 지난 8일에도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본 재무성은 모두가 예측하고 있는 시장개입은 자제하는 편이며 일정 수준의 불확실성을 유지하며 시장이 경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분석했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이 긴축을 빨리 끝내고 시장이 안정되면 엔화도 적정 수준을 찾지 않겠느냐고 보는 견해가 더 많다”며 “22일 일본 중앙은행(BOJ) 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는데, 시장은 현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문 연구원은 “미국은 좀 더 긴축 기조를 유지할 여지가 있고, 일본은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임금이 오를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정책 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