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균 넥스트 디자인 담당 상무 강연

기아 디자인 조직 담당, EV차 디자인

“디자인 요소들 심미성과 기술성 접목”

“자동차 디자인 매력은 예술과 기술의 조화” [헤럴드디자인포럼2023]
김택균 기아넥스트디자인담당 상무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3에서 ‘기아 디자인 철학과 디자인 방향성‘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자동차 디자인이 다른 상업 디자인 제품과 다른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디자인에 예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김택균 기아 넥스트 디자인 담당 상무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3의 모빌리티 세션 연사로 참석, 자동차 디자인을 ‘예술과 기술의 조화’로 설명했다. 그는 “감성적으로 제품에 접근하면서, 기술적으로는 엔지니어들과 협업하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솔루션을 만들고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기아의 넥스트디자인 그룹(Next Design Group)을 담당하면서, 외장디자인실과 내장디자인실을 포함한 기아가 생산하는 전체 차량(전기차·내연기관차)의 양산 작업 전반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다. 기아의 전동화 라인업인 EV9과 EV6 등을 선보이며 크게 주목받았다.

특히 두 제품에 들어간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우리 삶 속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비’를 창의적으로 조합하여 ‘조화’를 구현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 상무는 이번 강연에서도 기아가 내놓은 EV6와 EV9을 사례로 들었다. 김 상무는 “EV6를 만들 때, 기존의 틀을 깨고 제품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기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나 CUV(크로스오버차량)보다 차량 앞부분(프론트 노즈) 높이를 최대한 낮추면서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식으로 차별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EV6의 디자인 특징은 전체적으로 디자인 요소들이 각자 강한 대조(콘트라스트)를 느낄 수 있도록, 감성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볼륨감과 함께 직선적인 이미지를 함께 더했다”면서 “이런 요소를 단순히 디자인적 맥락에서만 사용한 것이 아니고, 전기차의 동력과 공기역학 최적화를 이뤄낼 수 있는 요소기도 한 심미적, 기능과 새로운 디자인 스타일이 합쳐진 작품”이라고 말했다.

EV9에 대해서는 “기아를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형 SUV 텔루라이드의 성공 방정식을 차용한 차”라면서 “EV6가 기아의 첫 번째 전기차로 새로운 형상(타이폴로지)를 적용하려고 했다면, EV9은 기존 대형 SUV 자체의 제대로 된(어센틱한) 형상을 적용하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오포짓 유나이티드’를 적용하려고 했다”면서 “프론트·리어 휀더와 프론트·리어 숄더 등 요소에서 강인한 인상을 주면서도 그 사이에 배치한 것들은 심플하고 미니멀한 디자인 요소들로 집어넣어 대조 효과를 줬다”고 구체화했다.

김 상무는 기아가 강조하고 있는 ‘내부 디자인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 완성차 업체가, 또 완성차 디자인팀이 브랜드를 지속가능하게 가져가려면 어떤 관점을 가지고 디자인을 대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기아 넥스트 디자인 그룹에서는 문화적으로 선구자가 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아울러 “기아는 전기차·자율주행차의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위험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도전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면서 ‘위험 요소를 시도하고 위험 요소를 안고가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가자. 그러면서 거듭 혁신으로 나아가는 자세를 취하자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많이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자동차 시대에 걸맞은 비전이다.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디자인 조직을 다양하게 두면서,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에 메인 디자인센터를 갖추고,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하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하나, 또 중국 연태와 상해 지역에 센터를 두는 형식이다.

김 상무는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멋이 나올 수 있다“면서 ”여러 곳에 디자인 사무소를 두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확보하는 것과 더불어 디자인 철학과 회사의 디자인 가이드라인, 디자인 문화적인 측면 등을 함께 연구하면서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창조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의 미래기술로 불렸던 ‘전동화 자동차’는 최근 ‘일상’ 영역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등록된 신차의 9.8%(약 16만대)가 전기차였고, 전체 전동화(전기차·하이브리드차) 자동차의 점유율은 22.3%였다. 새 차를 뽑은 소비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미래 자동차’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다.

새 시대를 쓰는 것은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몫이다. 특히 한국 전동화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우리 완성차 디자인 인력들이 가는 길은 향후 전기차가 가야할 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우·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