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800원대로 굳어지는 흐름
이달 일학개미 일본엔선물 ETF 120억 넘게 순매수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진입하면서 8년 만에 최저치를 찍자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정책이 수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부각되자 엔화 반등에 쏠쏠한 환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이다. 또 숨 고르기에 돌입한 글로벌 증시와 달리 일본증시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차익과 주가 시세차익 챙겨볼 수 있는 일본 ETF에 당분간 매수세가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상장된 일본 관련 ETF 10종을 총 141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22억원, 1억4310만원을 순매도했다. 최근 상장한 ‘TIGER 일본반도체FACTSET’을 제외한 ETF 9종의 순자산은 이달 들어 350억원이 늘었다. 이 기간 ‘TIGER 일본TOPIX(합성 H)(172억원)’와 ‘TIGER 일본엔선물(101억원)’은 모두 100억원 넘게 들었다. 외화ETF엔 환전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고 펀드 보수만 내면 된다.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은 엔화에 투자하는 ETF로 쏠렸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TIGER 일본엔선물’을 123억1398만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22억원, 1억4310억원어치 팔아치운 행보와 대조적이다. 일본 관련 ETF 중에서 개인이 100억원 넘게 순매수한 유일한 상품이었다. 이에 해당 ETF의 순자산은 이달 들어 9.28% 늘어 1100억원(1193억원)을 돌파했다.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최저치를 찍자 엔테크에 나서려는 투심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은 전날 장중 894.05원까지 밀리면서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래일 기준 사흘 연속 900원을 밑돌며 800원대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이 내려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 9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반등 기대감도 커졌지만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일본의 금융완화정책이 수정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입어 계속 베팅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19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의 초완화 정책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면서 결국 종료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증시의 매력이 높다는 평가도 많다. 엔저 덕분에 일본 기업 이익이 늘어나면서 일본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동맹’의 가장 중요한 국가로 일본이 주목받자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ETF가 인기몰이 중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을 2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 상반기 반도체와 자본재가 일본 증시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은행, 부동산 등 내수 회복 수혜를 보는 업종의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최근 전반적으로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졌음에도 일본 증시는 양호한 편”이라며 “지난 3개월간 일본 증시의 이익 모멘텀(3.7%)은 미국 증시(2.2%)를 웃돌았다. 이익 모멘텀의 차이는 주가 모멘텀의 차이로 이어지는 중”이라고 했다. 올 하반기 일본 장세에 대해선 “수출주 뿐만이 아니라 내수주도 기업이익 개선에 가담하는 흐름”이라며 “엔저가 종료돼도 일본 주식시장의 성과가 저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