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자료 토대
23년간 추석 전후 증시 변동률 분석
코스피 기준 평균 前 0.38% 하락, 後 0.51% 상승
장기 폐장 기간 전 리스크 최소화 심리 반영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연휴 기간 전 하락세를 보였던 주가가 연휴가 끝난 뒤 상승세를 보인다는 일명 ‘연휴 징크스’가 실제 수치상으로 확인됐다. 최근 20여년간 추석 연휴 전후 코스피·코스닥 지수 등락률을 살펴봤을 때 이 같은 경향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장기간 휴장할 때 글로벌 증시는 쉼 없이 돌아가는 탓에 벌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투자 심리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올해 추석 연휴는 여느 해보다 길게 6일간 이어질 예정인 만큼, 연휴 징크스가 국내 증시에서 나타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22년까지 23년간 추석 연휴 전 5거래일 간 코스피 지수는 평균 0.38% 하락한 반면, 추석 연후 후 5거래일 간은 0.5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지수는 추석 연휴 전후 등락률이 각각 -0.64%, -0.43%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연휴 이후 하락폭이 연휴 이전에 비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연휴 전 하락 확률은 코스피 47.8%(11개년), 코스닥 52.2%(12개년)였고, 연휴 후 상승 확률은 코스피·코스닥 모두 60.9%(14개년)였다. 연휴 이전 주가가 하락할 확률보다 연휴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특징이 보다 뚜렷했던 셈이다.
기간을 2010년 이후로 좁히면 연휴 징크스는 보다 명확하게 나타난다. 2010년 이후 12개년 동안 추석 전 5거래일 간 주가 등락률은 코스피 -0.43%, 코스닥 -0.68%였고, 추석 후 5거래일 간 주가 등락률은 코스피 0.75%, 코스닥 0.4%였다.
전문가들은 연휴 징크스가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위험을 회피하고픈 심리를 꼽는다.
국내 증시가 추석 연휴 장기간 멈춰 서는 동안 주요국 증시는 평상시와 똑같이 운영된다. 만에 하나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나스닥 시장 등에서 시장 급락을 유발하는 악재가 터지기라도 한다면 국내 증시에선 일절 대응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연휴가 끝난 뒤 꼼짝없이 갭하락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휴 이전엔 관망세가 짙어지거나, 주식을 매도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투심이 움직인다.
반면, 연휴가 끝난 뒤엔 불확실성에 따른 관망세가 해소되는 데다 주가가 이미 하락한 상태인 만큼 웬만한 악재엔 충격이 덜하고 호재엔 더 강하게 반등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 거래에 나서는 투자자들은 대응이 가능한 위험의 경우 투자 전략에 따라 감수할 수 있지만, 즉각적으로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추석 연휴는 다음 달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보다 분주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추석 연휴 전후로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이벤트가 많다는 점도 변수다. 연휴 시작 1주 전인 21일(이하 한국시간)엔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 회의 후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와치에 따르면 15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5.25~5.50%인 현재 수준의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97%에 이른다고 점쳐진다.
본격적으로 연휴에 돌입한 후 주요 국가에선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각종 주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된다. 연휴 첫날인 28일엔 미국 경기 연착륙·침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된다. 둘째 날인 29일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지속 여부와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는 8월 유럽연합 소비자물가지수(CPI), 8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나온다. 특히, PCE 가격지수는 미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물가지표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연휴 기간 중 나오게 될 물가 지표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결과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국내 증시 첫 거래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