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쓴맛 토마토’ 논란…“문제 품종 전량 폐기에도 납품단가 절반↓”

폭염·폭우·비수기 탓 출하량 줄어들자…방울토마토 가격 다시 ‘상승세’

“모두가 외면하던 내가 ‘귀한 몸’ 될 때까지”…방울토마토 ‘연대기’ [푸드360]
서울의 한 마트에서 판매 중인 대추방울토마토.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김희량 기자] ‘쓴맛’이 난다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은 저를 피했습니다. 모두가 외면하자 몸값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후유증은 꽤 오래 갔습니다. 그런데 반 년 뒤 상황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젠 먼저 저를 찾아옵니다. 올해 제 이야기, ‘대추방울토마토’ 연대기를 들려드릴게요.

3월 말 ‘쓴맛’ 이슈에 가격 급락…“문제 품종 전량 폐기에도 토마토 농가 ‘울상’”

“모두가 외면하던 내가 ‘귀한 몸’ 될 때까지”…방울토마토 ‘연대기’ [푸드360]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이 올해 4월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복통과 구토 등 식중독과 유사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방울토마토 품종을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며 후속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3월 말에 있었던 ‘쓴맛 토마토’ 사건이 시작이었습니다. 저를 먹고 구토와 복통을 호소한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조사에 나선 정부는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국내 품종 등록번호 HS2106(상표명 TY올스타) 토마토에서 쓴맛 성분인 ‘리코페로사이드C(토마틴 유사 성분)’가 많이 나타난 것이 문제였습니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은 해당 품종의 토마토 수확기인 올해 1월 하순 평균 기온이 평년에 비해 약 3도 가량 낮아지면서 저온 생장된 것이 원인이라고 봤습니다.

약 2주 뒤인 4월 13일. 문제가 됐던 1개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 20곳이 자발적 폐기에 동참하면서 이 방울토마토는 더 이상 팔리지 않게 됐습니다. 물론 땀 흘려 키운 토마토를 버리면서 피해를 보게 된 농가에는 보상 절차가 이뤄졌습니다.

“모두가 외면하던 내가 ‘귀한 몸’ 될 때까지”…방울토마토 ‘연대기’ [푸드360]
대추방울토마토 평균 소매 가격 추이 [헤럴드경제DB]

원인을 찾고, 문제도 해결됐지만 저의 몸값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정부의 전량 폐기 발표 일주일쯤 뒤인 4월 21일 저(대추방울토마토, 상품·1㎏)의 평균 소매 가격은 7336원이었습니다. 한 달 전(9944원)에 비해 값이 26.2%나 떨어진 셈입니다.

일주일 뒤 상황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28일 저는 평균 6972원으로 거래됐는데, 한 달 전(1만313원)에 비해 무려 32.4%나 값이 떨어졌습니다. 원래 4~5월은 제가 많이 출하돼 값이 떨어지는 시기라고는 하지만, 지난해(7215원)이 평년(7267원)값과 비교해봐도 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의 주산지인 충남 부여에서 저를 키우고 있는 김모 씨는 “‘토마토 사건’이 있기 전에는 ㎏당 납품 단가가 6000~7000원대였는데, 이후에는 3000원 이하로 내려갔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내려갔는데도 판매는 거의 되지 않을 만큼 여파가 컸다”며 당시 기억에 한숨을 쉬기도 했습니다.

폭염·폭우·비수기로 출하량 감소하자 1㎏에 1만2000원 돌파…다시 귀해져

“모두가 외면하던 내가 ‘귀한 몸’ 될 때까지”…방울토마토 ‘연대기’ [푸드360]
한 토마토 재배 농장 직원들이 수확한 토마토를 들고 웃고 있다. [쿠팡 제공]

떨어지던 제 몸값은 6월에 접어들며 다시 점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aT에 따르면 5월 5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저(상품·1㎏)의 평균 소매 가격은 이번달 1만원 초반대까지 2배 넘게 치솟았습니다. 월별 최고가를 기준으로 ▷5월 17일 5643원 ▷6월 29일 6443원 ▷7월 28일 9315원으로 서서히 오르다가 ▷8월 30일 1만1221원 ▷9월 12일 1만2225원까지 회복한겁니다. 특히 수확량이 줄어드는 ‘비수기’를 고려해도 올해 하반기 ‘제 몸값’은 비싼 편입니다. 12일 가격은 전년(1만888원)과 평년(8854원)과 비교해봐도 각각 12.3%, 38.1% 더 올랐습니다.

이렇게 저의 가격이 다시 오른 이유로는 ‘이상기후’가 꼽힙니다. 유독 무더웠던 날씨와 많은 비는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만듭니다. 올해 7~8월에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작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수확하는 양 자체가 줄어든 겁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 따르면 9월 방울토마토 출하량은 지난해에 비해 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강원 영월에서 30여년 동안 저를 재배 중인 이모 씨는 “올해 날씨가 유독 더워 방울토마토 껍질이 많이 물러져 출하하는 양이 줄었다”며 “하반기에는 가격 오름세가 계속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외면하던 내가 ‘귀한 몸’ 될 때까지”…방울토마토 ‘연대기’ [푸드360]
대추방울토마토 [게티이미지뱅크]

무섭게 쏟아졌던 비도 문제입니다. 특히 토마토 재배지로 유명한 전북 익산과 충남 논산은 여름철 폭우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을 만큼 피해가 컸습니다. 익산에서 30년 가까이 토마토 농사를 하고 있는 백모 씨는 “올해 폭염·폭우에 병충해까지 예년보다 피해가 컸다”고 털어놨습니다. “여름 수확 기준 200평에서 5㎏로 1000박스 나와야 하는데 절반인 500박스만 나왔을 정도”라고 하니 그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방울토마토 가격 상승세 전망…“9월 대추방울토마토 값, 전년 대비 2500원 상승 예상”

저는 올해에만 ‘폭락’부터 ‘상승세’를 타기까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몸값은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는 9월 제(대추방울토마토·3㎏)가 전년(2만2500원)에 비해 2500원가량 오른 2만5000원 내외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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