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두산로보틱스 상장에 68% 상승
두산, CCL 엔비디아 납품에 AI 수혜 기대
2차전지 사업 영위 포스코·LS 수익률 1·3위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자회사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을 앞두고 지주사인 두산이 국내 상장한 주요 지주사 중 수익률 2위를 기록했다. 상장 이후 자회사 기업가치의 ‘더블카운팅’(중복 계산)에 따라 두산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자체 사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20위 내 상장 지주사 중 두산의 주가 상승 폭이 두 번째로 컸다. 두산은 올해 68.11% 상승했고 최근 한 달 새 30% 넘게 올랐다.
‘수익률 2위’를 견인한 것은 자회사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모멘텀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8월 상장한 파두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시가총액 1조를 넘길 ‘코스피 대어’이자 최근 강세를 보이는 로봇 산업의 ‘대장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로봇 대장주로 꼽히는 레인보우틱스의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으로 올해 주가는 460% 넘게 올랐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상반기 매출액은 84억원으로 두산로보틱스(236억)의 3분의 1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산정한 기업가치가 과소평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로보틱스는 2026년 추정 당기순이익에 주가수익비율(PER) 38.31배에 할인율23.8~38.5%를 적용해 희망 공모가액을 2만1000~2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DB금융투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올해 예상 주가매출비율(PSR)이 264배, 뉴로메카 57배인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희망 가액 기준 29~36배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적정 주가로 2만9000원을 제시했다.
상장 후 밸류에이션 매력으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두산이 보유한 지분 가치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의 공모가 밴드 하단 기업가치인 1조3600억원에 두산 지분율 68.2%를 적용 시 지분 가치는 9280억원”이라며 “현재 19만원인 두산의 목표주가는 두산로보틱스 상장 후 주가 상승 가능성 높아 상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회사 상장 이후 지주사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반복돼 왔지만, 일각에선 두산의 자체 사업이 부각하며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두산은 반도체 및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동박적층판(CCL)을 생산 및 공급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가 제조하는 신형 AI(인공지능) 가속기에 쓰이는 CCL 양산에 착수해 다음 달 이후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지며 AI 열풍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지주사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중복상장에 따른 할인으로 자회사 기업공개(IPO) 이후 지주사 주가는 하락해 왔다”며 “투자자 다수가 두산로보틱스의 대체제로 두산을 매수했다면 주가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한 전자BG가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가 이어진다면 주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와 LS도 잘 키운 신사업에 따라 수혜를 입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올해 들어 97.47% 올라 주요 상장 지주사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고 LS도 40% 가까운 수익률로 3위를 차지했다.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의 실적 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함께 올랐다. LS는 엘앤에프와 합작사를 만드는 등 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반면, SK와 DL의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지주사 주가 흐름은 부정적이다.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등 SK는 계열사 상황이 비우호적이다. DL이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화학, 건설 업종의 업황 역시 부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