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러 겨냥 “北과 군사협력 시도 중단돼야” 강한 비판
中엔 “北 핵미사일 자금원 차단 공조 관심·협력 요청”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속 대(對)중 관계 관리 의도 관측
‘한일중’, 尹 외교기조 반영 평가…“日과 보다 긴밀협력”
[헤럴드경제(자카르타)=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과 관련해 러시아에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중국에는 대북 공조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고 나섰다. 최근 한미일 vs 북중러의 신(新) 냉전 구도 가운데서도 중국과 상호 호혜적 공동이익을 전제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관계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전날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잇달아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하게 촉구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어떠한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거래 금지 등 유엔 안보리가 규정한 대(對) 북한 제재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무기 거래 논의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북러회담 추진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역시 자카르타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의 안보적 위해이자 국제 안보 규범과 규약, 합의 사항을 모두 일거에 거스르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는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비토권을 가진 가장 영향력이 있는 나라이며, 다른 한 나라는 지난 20여년 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가장 엄중하게 보고, 가동 중인 혹독한 결의안 10여개의 당사자”라며 “이 두 나라가 협력하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반면, 북핵 대응과 관련해 중국을 향한 메시지는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 윤 대통령은 전날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활용되는 해외노동자 송출과 불법 사이버 활동 차단을 위한 공조에 여러분의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북한의 해외노동자 상당수가 중국과 러시아에 체류 중이며 북한이 탈취한 가상자산 상당수가 중국 은행에 보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중국을 향해 협력을 요청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공개된 AP통신 인터뷰에서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할 책임이 있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마땅히 건설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위관계자는 “많은 북한의 불법, 은밀한 행동들이 중국이라는 영토와 공해상을 매개로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유엔 안보리의 기존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는데 중국이 나섰으면 좋겠다는 역할의 촉구 정도”라며 “거기에 중국이 구체적으로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그간 관례대로 써오던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지칭하는 ‘한중일’이라는 표현 대신 ‘한일중’이라는 표현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점은 눈길을 모았다. 한일관계 개선 본격화, 한미일 협력 등으로 중국보다 일본과 밀착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일중 3국 협력의 활성화는 아세안+3 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순방 출발 당일인 지난 5일 공개된 인도네시아 최대 일간지 ‘콤파스’ 서면 인터뷰에서도 ‘한일중’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고위관계자는 “우리 정부 들어 가치와 자유의 연대를 기초로 미, 일과 보다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북미’보다 ‘미북’으로 보고 있고, ‘한중일’보다 ‘한일중’으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에 국가안보실이 발간한 국가안보전략 지침서에 일본을 중국보다 앞세워 표기한 점을 언급하며 “(동북아) 3자 정상회의 자체만 놓고 본다면 자국을 먼저 놓고 차기 의장국을 그 다음에 놓기 때문에 ‘한일중’이 현재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아세안+3의 차기 의장국은 일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