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5대 은행의 올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줄어들며 ‘금리 인심’이 각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은행 중에서는 70%에 달하는 수용률을 보인 곳이 있는 반면, 10%대의 수용률을 기록한 곳도 있어 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31일 은행연합회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평균 34.8%로 지난해 하반기(40.38%)와 비교해 5.6%포인트(p)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금리인하 요구 건수는 35만6596건에서 33만2425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은행별로는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농협은행의 경우 총 1만3100건 신청에 대해 9047건의 금리 인하를 시행하며, 총 69.1%의 수용률을 기록했다. 이밖에는 우리은행(34.4%), 신한은행(26%), 국민은행(25.6%) 등이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가계대출 금리인하 요구 6만5948건 중 1만2382건에 대해서만 금리 인하를 시행해 18.8%의 은행권 최저 수준 수용률을 기록했다. 농협은행과는 50%p가 넘는 격차가 벌어졌다. 하나은행은 지난 하반기에도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26.6%의 수용률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이자감면액을 비교했을 때는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기준 건당 금리감면액은 약 19만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뒤이어서는 신한은행(11만5300원), 농협은행(8만7400원), 국민은행(6만4000원), 우리은행(6만2700원) 등 순서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금리인하 신청 건수가 대폭 증가함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수용률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신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이자감면액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평균 인하금리의 경우 신한은행이 0.39%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 밖에는 하나은행(0.32%), 농협은행(0.3%), 국민은행(0.15%), 우리은행(0.11%)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전북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인하 수용률은 80.1%로 전 은행권 1위를 차지했다. 인하금리 또한 평균 1.4%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북은행의 경우 타 은행들보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크고, 대출금리 수준도 높아 상대적으로 금리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