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온 연준은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며 한 차례 숨고르기를 했지만 이날 다시 인상을 재개했다. 이로써 미 기준금리는 22년 만에 최고치인 연 5.25~5.50%로 올라갔다. 기준금리가 연 3.5%인 한국과의 격차가 2%포인트로, 역대 최고로 벌어졌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경제전망요약(SEP)에서연말 금리를 5.5~5.75%로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연내 인상이 한 번 더 남았지만 미 인플레이션 완화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시장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6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3.0% 올라 시장 전망치(3.1%)를 하회하는 등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4.8%)가 더 중요한 요소”라며 향후 두 번의 CPI와 고용보고서 등을 보고 9월에 금리를 인상할 지 동결할 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우리로서는 한미금리차가 2.25%포인트까지 벌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통화·재정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한미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 우선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환율이나 자금 흐름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개선 등과 함께 이달 들어 1270∼1280원대까지 내려갔고, 외국인 증권(채권+주식)투자 자금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네 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시기에도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이 줄어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경험칙도 위안거리다. 문제는 18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연체율이 급증할 우려다. 미 금리 인상은 국내 은행 자금조달비용을 상승시켜 변동금리 차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가계의 빚 상환능력은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전체 가계 대출자들은 연소득의 40%를 원리금을 갚는 데 쓰고 있고, 소득보다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은 대출자도 175만명이나 된다. 1000조원을 넘어선 자영업 대출까지 포함하면 가계 빚 쓰나미가 우려된다. 시장에선 9월 위기설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지원 대책으로 각종 대출에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해준 조치도 9월이면 종료되기 때문이다. 가계 부채의 둑이 터지면 저소득층, 자영업자, 청년층의 집단 파산 등 서민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 가계 빚이 경기하강을 촉발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