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재 그만” 참다못한 미·중 반도체협회 호소…살얼음판 삼성·SK에 기회 생기나 [비즈360]
[그래픽=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협회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미국의 수출 통제 등이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미국·중국 내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공멸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면서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사이에서 움츠린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시장 사업에 새 활로가 열릴 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는 “미국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제한 조치를 잇따라 내면서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화와 세계 공급망 안정을 파괴했다”며 “세계 소비자 이익을 해치고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도 약하게 만드는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의 계속되는 제재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미국 산업을 포함한 세계 반도체 시장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CSIA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수십 년간 지속 혁신·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주요국 산업 주체 간 협력과 글로벌 분업 덕분”이라며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으로 글로벌 파트너에 80% 이상 시장을 제공, 공급망 지탱의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개방과 협력을 시종일관 견지하고, 세계 각국에서 협력을 원하는 업계 사람들과 함께 반도체 산업 글로벌화를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7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역시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또 반복적인 제재 조치로 중국의 보복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행정부는 현재적·잠재적 제한이 좁고 명확하게 규정됐는지,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동맹들과 완전히 조율된 것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업계 및 전문가들과 폭넓게 소통하기 전에는 추가적 제한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 말고 대화로 해법을 찾으라고도 요구했다.

이처럼 중국, 미국 양국의 반도체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 성명을 발표하며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중국은 전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 시장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를 5150억9500만달러(649조5348억원)로 예상했는데, 이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비중이 55%를 차지한다. 매출 감소와 중국시장 기회 상실을 더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중국 제재 그만” 참다못한 미·중 반도체협회 호소…살얼음판 삼성·SK에 기회 생기나 [비즈360]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라인 모습.[삼성전자 제공]
“중국 제재 그만” 참다못한 미·중 반도체협회 호소…살얼음판 삼성·SK에 기회 생기나 [비즈360]
반도체 제조라인 내 모습[SK하이닉스 제공]

이같은 양국 반도체 업계의 성명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달 중 추가적인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처를 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잇따라 발표돼 주목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 내지 14㎚ 이하)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광범위한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삼성과 SK하이닉스 중국 현지 공장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지난해 10월 1년 유예했다. 올해 5월에도 외신을 통해 내년 10월까지 이같은 조치가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중국 리스크’로 인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현지에서의 첨단 제품 생산이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조만간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협회가 공동으로 미국 정부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삼성은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엔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생산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 충칭에 패키징 공장을 가동 중이다. 시안 공장은 삼성 전체 낸드 생산의 40%가량을,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D램 전체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책임진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 연구위원은 “미국 반도체 협회는 사실상 미국 뿐 아니라 반도체 강국들의 기업들이 가입돼 있어, 글로벌 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협회의 잇따른 성명에 미국 행정부가 수출 통제 등 방향을 설정하는 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제재 그만” 참다못한 미·중 반도체협회 호소…살얼음판 삼성·SK에 기회 생기나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