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중심 스레드로 진정한 소통”

새 SNS 스레드의 인기 돌풍이 국내에서도 매섭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스레드 앱을 다운로드하고 있다. [헤럴드DB]
새 SNS 스레드의 인기 돌풍이 국내에서도 매섭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스레드 앱을 다운로드하고 있다. [헤럴드DB]

시니어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권정현(34)씨가 최근 5일 동안 ‘푹’ 빠진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메타의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threads)’다. 권씨는 틈이 날 때마다 스레드에 접속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떠오르는 생각, 눈에 보이는 것 등을 고민 없이 적어 올린다. 권씨의 스레드 계정엔 남산이 보이는 창 밖 풍경, 카페 종이 봉투에 아이디어를 적은 경험 등 그의 일상과 관련된 게시글이 공유돼있다.

권씨는 “인스타그램은 연출됐거나 ‘각’ 잡고 찍은 사진이 많아 나도 그런 사진을 올려야만 할 것 같은 부담이 있었다”며 “스레드는 그런 것 없이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막’ 올릴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국내외로 ‘스레드 열풍’이 불면서 스레드가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밀레니얼+Z세대)세대의 신흥놀이터로 떠오르고 있다. 스레드는 출시 첫날인 지난 6일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7일에는 7000만 명, 9일에는 1억 명에 육박하는 ‘전례 없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틱톡이 9개월, 인스타그램이 2년 6개월 만에 세운 기록을 스레드는 닷새 만에 달성한 것이다. 역대 모바일 앱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함께 스레드를 서비스하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이를 두고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라고 했다.

스레드의 돌풍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MZ세대는 이런 스레드 열풍에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MZ세대 사이에서 스레드는 기존 주요 소통 창구였던 인스타그램보다 ‘더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영상이 중심인 서비스인 반면, 스레드는 텍스트(문서) 위주의 소통에 주력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스레드는 실시간으로 500자까지 텍스트 기반의 게시물을 남길 수 있고 좋아요·답글·인용·게시물 공유 등이 가능하다.

직장인 조윤성(28)씨는 지난 9일 스레드에 가입해 자신의 강아지와 관련된 일상을 게시글로 올렸다. 조 씨는 “인스타그램에선 사진이 중요하다 보니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잘 나온 사진’만 올렸다”며 “스레드는 사진보다 글로 소통하는 분위기라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솔직한 마음과 자연스러운 모습도 공유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권 씨 역시 문득 생긴 궁금증을 스레드에 적는다고 한다. 권 씨는 “인스타그램이었다면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어울리는 사진은 무엇인지, 그 사진이 내 계정 속 다른 사진들과 비슷한 분위기인지 등을 따지느라 한 줄밖에 안 되는 문장도 쉽게 올리진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소통할 때 인스타그램보다 스레드를 더 많이 사용할 것 같다”고 했다.

곽민수(27)씨도 “스레드는 진지한 글이나 장문이 많은 것 같다”며 “확실히 텍스트 중심의 소통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모인 듯 하다”고 했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원장은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기반이라 사실상 사진 보러 들어가는 SNS였다”며 “스레드는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을 잘 찍고 잘 편집해야 한다는 생각을 덜어주고 사람 간 소통에 집중하게 하는 서비스”라고 했다.

광고가 없는 것도 ‘스레드 열풍’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광고성 게시글이 많아 ‘상업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스레드엔 광고가 붙지 않아 ‘깨끗하다’는 인상이 심어졌다. 저커버그 CEO도 “깨끗한 스레드가 되겠다”며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직장인 이지은(28)씨는 “지인을 따라 스레드에 호기심으로 가입했는데 인스타그램과 다르게 스레드엔 광고가 없어서 방해 없이 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조씨는 “갈수록 인스타그램에는 옷이나 음식 등의 광고가 늘어나 손이 잘 안 가기 시작했다”며 “스레드를 통해선 일상 이야기 위주로 좀 더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인스타그램에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자리 잡으면서 광고성 글이나 꾸며진 모습으로 사진이 많이 올라와 MZ세대가 피로감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하 평론가는 이같은 스레드 열풍에 대해 “기존 인스타그램 문화에 식상함을 느낀 MZ세대는 그들만의 또다른 놀이터를 갖고 싶어 했을 것”이라며 “스레드는 순수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MZ세대에게 신선하게 다가와 인기를 끈 것 같다”고 했다.

김영철·안효정 기자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