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경찰, 범인이 난 줄 알아 손사래 쳤다”…만취 뺑소니범, 어떻게 잡았나
지난 4일 오후 10시50분쯤 서울 동작구 올림픽대로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던 40대 남성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오른쪽)와 그의 매니저 지병주씨. 이천수는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42)가 음주 뺑소니범을 잡아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감사패와 포상금을 받게 됐다. 그는 포상금을 전액 기부한다고 밝혔다. 또 당시 음주운전자를 인계할 당시, 경찰이 자신을 범인인 줄 알아 손사래를 쳤다는 사연도 들려줬다.

이천수는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당시 뺑소니범을 잡은 상황을 전했다.

이천수는 지난 4일 오후 10시50분쯤 서울 동작구 올림픽대로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던 40대 남성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당시 차를 타고 귀가하던 이천수는 뺑소니범을 잡아달라고 외치는 택시기사를 보고 곧장 하차해 1km가량 범인을 추격했다. 축구선수 출신인 그의 매니저 지병주(33)씨도 갓길에 차를 세운 후 이천수를 도왔다.

그는 영상에서 "누구라도 내 상황이었다면 그랬을 거다. 당연한 일인데 나라서 이슈가 되는 것 같다"며 "포상금과 영상 수익금은 순직 경찰관 자녀 지원 관련 재단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천수에게 감사장과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상금은 약 80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천수 측과 수여식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

이천수는 사건 당일 행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는 "밤 11시쯤 됐는데 그 시간대에도 차가 밀리더라. 매니저와 '왜 이렇게 밀리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차한 상황에서 이천수는 뛰어가는 한 남성과 그를 쫓는 누군가를 목격했다.

그는 "하얀 옷을 입은 분(음주운전자)이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 그 뒤에 나이 드신 분(택시기사)이 같이 뛰어오더니 우리 차 앞에서 손을 뻗으며 '잡아달라, 부탁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로부터 피의자가 음주 뺑소니를 했다는 사실을 들은 이천수는 곧장 차에서 내려 추격하기 시작했다. 빡빡한 일정으로 몸이 고단했던 이천수는 차 안에서 편한 슬리퍼로 갈아 신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천수는 "음주운전자가 동작대교로 올라갔다. 매니저와 제가 오르막길을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눈이 마주쳤고 서로 빨리 가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어 "음주운전자도 우리가 따라오는 걸 본 상황이었다"며 "그러다 그분이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주울지 말지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가드레일에 앉더라"고 말했다.

그는 "매니저가 음주운전자를 잡고, 피해자분이 올라왔다"며 "내가 택시기사 쪽으로 내려가자 그때 '혹시 이천수 선수 아니냐?'며 알아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자는 한숨 쉬며 '죄송하다, 죄송하다' 했다. '혹시 사고가 많이 났느냐' 걱정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천수 “경찰, 범인이 난 줄 알아 손사래 쳤다”…만취 뺑소니범, 어떻게 잡았나
경찰에 음주 뺑소니범을 넘기고 현장을 떠나는 이천수 모습. [유튜브 캡처]

이천수는 신속하게 출동한 경찰에게 음주운전자를 인계한 뒤 빠르게 현장을 떠났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분이 범인이 난 줄 알아 창피해서 먼저 갔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순간 '저분 표정이 왜 그러지?' 생각했다. 그래서 '저 아니에요' 했다"고 손사래를 쳐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그는 이번 미담으로 자신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한 데 대해선 "좋은 일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못한 건 특히 이슈가 된다"며 "내 이미지가 나쁜 쪽으로 비쳤을 땐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