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 공사비 증액 검증 매년 늘어

결과에 대한 실효성 놓고 의문 제기

검증 기간 지나치게 길어·이의신청 절차도 마련해야

실효성 없는 공사비검증제도…갈등의 골만 키웠다 [부동산360]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 현장. [헤럴드DB]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좀처럼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데는 이를 딱히 중재할 수 있는 기관이 부재하다는 점이 지목된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정비사업 관련 공사비 증액 검증 의뢰는 14건이다.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는 2020년 13건, 2021년 22건, 지난해 32건으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공사비 증액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요구하는 사례는 올해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비사업의 공사비 검증제도는 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일정비율 이상 증액하려고 하는 경우 사업시행자가 검증기관에 의뢰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 받도록 하는 제도다.

실효성 없는 공사비검증제도…갈등의 골만 키웠다 [부동산36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공사비 검증을 ▷토지 등 소유자 또는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거나 ▷공사비 증액비율(생산자 물가상승률 제외)이 10%(사업시행계획 인가 이전 시공사 선정 때) 또는 5%(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 때)이상 오르는 경우 ▷생산자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공사비 검증 완료 후 3% 이상 증액하는 경우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업시행자와 소유자 또는 조합원을 대신해 시공자가 제시한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토해 변경계약을 체결할 때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제공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도정법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제도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그리고 각 지방공사 등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사비 검증 절차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춘 곳은 부동산원이 유일하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검증 사업을 대행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 조직 구성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부동산원의 결과 마저도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된다. 부동산원이 수행하는 공사비 검증제도는 권고사항일 뿐,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갈등 문제 해결에 대한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검증 기간과 절차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사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착공·분양절차 이전에 공사비 변경을 반영한 도급계약을 체결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검증결과 확인 및 총회의결 절차로 인해 정비사업 기간 지연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통상 검증 기간이 5달이 걸리는데 그동안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는 측면도 있다.

또 양측을 접촉해 협의나 조정절차 없이 일방적 결과를 통보하는데 그치는 현 제도 역시 당사자들을 설득시키는데 미비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주택협회 박종혁 팀장은 “공사비 증액은 조합의 총회 의결사항인만큼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절차 역시 중요하다”면서 “검증결과에 대한 이의신청과 중재절차를 마련하고, 검증기관을 대폭 단축함으로써 검증제도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사비를 놓고 시공사와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 재건축조합 임원은 “부동산원 결과를 들고 서로 인정을 하지 못하다보니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다”면서 “주택공급의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시정비 사업지들을 너무 당사자들의 의사결정으로만 사업이 진행되게 내버려두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차라리 공정성을 갖춘 제3의 기관이 투입돼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