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29일 코스피 시장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장 초반 7만3000원 선 위로 올라서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장 마감 시점 상승 동력을 잃은 채 하락하고 만 것이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라이벌’ 마이크론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이미 저점을 통과했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조차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전자’ 수준으로 제시한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2분기 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3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감산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오후 기관 차익실현 매물에 밀려 약보합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41% 하락한 7만2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 삼성전자는 장중 7만34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30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작년 2월 23일(7만3000원)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그러나 오후 들어 기관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에 밀려 약보합으로 전환했다.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약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21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은 발표한 것은 삼성전자 주가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과 달랐던 셈이다.
‘풍향계’ 美 마이크론, 예상 뛰어넘는 실적
마이크론은 28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회계연도 3분기(3~5월 분기)에 조정 주당 순손실이 1.43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인 주당 1.61달러의 순손실에 비해 나은 것이다.
매출액은 37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다. 하지만 이 역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36억5000만달러를 소폭 웃도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4분기(6~8월)에 대해서는 매출액 가이던스로 37억~41억달러를 제시했다. 중간값은 39억달러로 시장 컨센서스인 38억8000만달러와 거의 일치했다.
마이크론은 또 6~8월 분기에 주당 1.12~1.26달러의 손실을 예상했다.
이날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중 가장 이목을 끈 대목은 “메모리 산업은 매출액이 바닥을 지나갔다고 믿으며 메모리 산업의 수급 균형이 점차 회복됨에 따라 이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것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감산에 따른 공급 감소로 시장이 안정화하기 시작했다”고도 강조했다.
마이크론은 결산월 차이로 인해 다른 기업들보다 1개월 먼저 실적을 발표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가늠자로 여겨진다.
“3분기부터 감산 효과 본격화”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잇따라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2분기 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매수’ 투자의견과 함께 목표가 8만원을 유지한다고 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57조 2000억원, 영업이익은 88% 감소한 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컨센서스 대비 영업이익이 2000억원 가량 밑도는 수준이다. 사업부문별로 DS(반도체) 부문 4조 4000억원 적자, SDC(디스플레이) 부문 8000억원, MX·NW(모바일 경험 및 네트워크) 부문 2조 8000억원,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 부문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3분기부터는 메모리반도체 감산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연구원은 “지난 4월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언급했다”며 “웨이퍼 투입 축소가 2분기부터 시작된다고 가정하면 실제 PKG out은 3분기에 영향이 미칠 것이므로 실제 감산 효과는 3분기부터 본격화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메모리 생산업체들은 3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최소화하고자 할 것이지만 이는 세트 업체들의 수요에 대한 전망과 원가절감 정책 등에 따라 변동될 여지가 남아 있다”며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 대한 전망치는 11억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있고, AI 서버를 제외한 일반 서버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연구원은 “현 주가는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 1.4배로 밴드 평균을 소폭 상회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2분기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나, 삼성전자 주가는 피어 대비 상대적으로 아웃퍼폼할 전망”이라고 봤다. 이어 “2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치를 상회하기 위해서는 DDR4 재고 처리와 ASP 하락폭 축소, 스마트폰 출하량 확대가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하반기부터 개선이 예상된다”며 “내년 GAA 3nm 2세대 공정에 기반한 파운드리 사업 확대로 향후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 상승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