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회사채(한전채) 발행에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카드사가 단기물 채권을 쏟아내고 있다. 2금융권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자금 조달을 최대한 해놓겠다는 판단이지만, 장기물 발행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업계는 4%대에 재진입한 여전채 금리가 지금보다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전채 단기물 쏟아진다
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총 여전채 규모는 2조6700억원(28일 기준)에 달한다. 지난 5월(2조1800억원) 대비 5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조6500억원 수준의 여전채가 발행된 걸 감안하면 반년만에 숨통이 틔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여전채 발행은 늘었지만, 절대적인 물량이 1~3년물에 해당하는 단기채에 쏠려있다. 지난달 발행된 총 56건의 여전채 중 57%에 해당하는 32건이 1~3년물에 해당했다. 지난달 28일 삼성카드가 1년물로 총 1500억원 가량의 무보증 일반사채를 발행했으며, 우리카드는 500억원 규모의 2~3년물, 그리고 500억원 규모의 4년물을 발행했다.
각 카드사별로 보면 이달에만 신한카드는 3800억원 규모의 1~3년물을 발행했으며, 삼성카드는 2700억원, KB국민카드는 2600억원어치를 찍어냈다. 다음으로 롯데카드 2300억원, 하나카드 1800억원, 우리카드 1200억원, 현대카드는 500억원 순이었다.
카드사들이 장기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건 채권시장이 여전히 경색된 데 따른 것이다. 발행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장 여전채를 소화해 줄 수요가 부족한 것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여전채(무보증·AA+) 3년물 민평 금리는 4.205%로 전날(4.194%)에 비해서 소폭 상승했다. 해당 금리는 지난 5월 3%대로 내려갔지만, 지난달부터 4%대로 재진입하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한전채 발행이 기업의 원할한 자금조달을 가로막고 있다. 공공기관별 채권 발행액에서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전채에 회사채, 특히 여전채의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실상 채권 시장에서 여전채의 중장기물 수요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채권을 단기물로 발행하는 건 투자수요가 단기물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라며 “금리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본다면 채권의 가치는 계속 하락하기 때문에 시장이 단기물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파월 매파 발언에 들썩이는 채권시장…카드사 “좋아질 기미가 안 보여”
문제는 채권 시장 경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일 ‘매파’ 발언을 이어가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혼조세로 마감하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전 전 거래일 민간평가사 금리보다 0.7bp(1bp=0.01%포인트) 상승한 3.567%에 거래됐다. 파월이 “더 많은 긴축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발언이 악재로 작용하며 장중 채권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은행채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여전채가 향후 채권시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배경이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좋아질 여지가 안 보인다고 본다”며 “상저하고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고, 무엇보다 그간 금리가 계속 상승했던 전력이 있어 쉽게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