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지각생’ 토요타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출시
전고체 분야 특허 세계 1위…현대차·LG엔솔 등 ‘구슬땀’
삼성SDI 상용화 임박…수원 파일럿 라인서 시제품 생산
“양산화는 지켜봐야…신기술 개발 경쟁 더 치열해질 것”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기차 지각생’으로 불려 온 토요타자동차가 전고체 배터리를 앞세워 시장 재편에 나선다. 10분 충전에 1200㎞를 달리는 전기차를 이르면 2027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400~50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최근 ‘자동차의 미래를 바꾸다’라는 주제로 ‘토요타 테크니컬 워크숍’을 열고 개발 중인 신기술을 소개했다. 특히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계획이었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의 내구성 과제를 극복했다며 2027~2028년을 상용화 시기로 제시했다.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0분 이내의 시간이 걸리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28년 이후 출시할 고급화 전고체 배터리 탑재 모델은 1500㎞까지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토요타는 지난달부터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새 조직도 구축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인 ‘전해질’을 기존 전지처럼 액체가 아니라 고체로 바꾼 것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주로 이온 전도도가 높은 액체 형태의 전해질이 사용됐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배터리 내부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 분리막이 필요하다.
반면 고체 전해질은 그 자체로 분리막 역할을 할 수 있어 분리막이 없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전해액과 분리막이 없어진 자리에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활물질을 더 채울 수 있어 고밀도 배터리 구현에 유리하다. 온도 변화로 인한 충격이나 누액 위험도 없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를 구현하기까지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온 전도도가 높은 고체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고체 전해질은 이온이 흐르는 것이 아니고, 고체 격자 사이에서 이동한다. 전해질과 양 극판의 접촉을 최대화하고 접촉면에서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다. 비싼 제조원가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이에 대해 토요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나카지마 히로키 부사장은 “좋은 재료가 발견됐다”며 “세계에서 뒤지지 않고 반드시 상용화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앞서 2026년에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 향상을 통해 1000㎞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또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차량도 출시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고가형 제품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하고, 저가형 제품엔 LFP를 넣는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토요타의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오랜 기술력이 있다. 특허정보서비스기업 윕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특허 1위 기업은 토요타다. 토요타의 특허는 1601건으로 2위인 국내 업체 LG에너지솔루션(703건)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토요타 외에도 일본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닛산과 혼다 모두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다. 닛산은 2028년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충전 시간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3분의 1로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2배 높이는 것이 목표다. 닛산은 글로벌 전문가들과 최적의 소재 조합을 찾는 공동연구를 수행함과 동시에 시제품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현상 등도 분석하고 있다.
혼다는 전고체 배터리 대량 양산을 위해 소재 및 성능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하고 있다. 당장 소형 전지로는 전고체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지만, 대형 제품, 대량 양산까지 염두한 개발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2020년대 후반 전고체 배터리 차량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 최근 혼다는 포스코와 전고체 전지용 소재 개발 등에서의 협력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독일 BMW도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실증 차량을 공개하고, 2030년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도 전고체 배터리를 차세대 제품으로 꼽고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자동차그룹이다. 당장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재·셀·설계·공정 부문에 있어 기술력을 확보하고, 차세대 배터리 사양을 검증하는 차원에서다.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독립형 개발조직을 두고 배터리, 로보틱스, 수소연료전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시범 생산하고, 2030년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전고체 전기차 양산을 위해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손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다가선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경기 수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고, 조만간 시제품 생산에 돌입한다. SK온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등을 신설하고 오는 2025년까지 시제품을 개발한 뒤 2028년 상용화를 추진한다.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특허 확보에 속도를 내는 등 원천 기술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토요타의 특허 수만 봐도 상당한 기반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양산화 기술을 구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전고체 탑재 전기차를 계획대로 상용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전기차 침투율이 10% 초반임을 감안하면 향후 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전체 산업 성장 측면에서도 토요타의 이번 발표는 업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jiyu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