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보다 청문회 먼저 열릴듯…여야 “우리가 유리”
與, 日오염수 정면 돌파한 뒤 ‘국조 정국 주도권’ 계산
野, 대여 공세 정국 강화…“두 번째 국조도 성과”
[헤럴드경제=이세진·김진 기자] 여야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불거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및 ‘북한 해킹 시도 은폐’ 의혹 관련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 난항이 예상됐던 국정조사 협상은 야당이 요구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청문회를 여당이 흔쾌히 수용하면서 접점을 찾았다.
여야는 협상 결과를 각자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개혁과 한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할 기회로 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들어 두 번째 국정조사를 끌어낸 데 더해 오염수와 관련한 대여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청문회가 선관위 국정조사보다 먼저 열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보다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선관위가 입장을 바꿔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면 국정조사에 돌입하는 방안이다. 반면 민주당은 일본 현지 조사를 진행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 발표 이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고 있는데, 최종보고서는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전망이다. 이에 7월쯤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청문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야당의 의혹을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국민 의문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혼자 하도록 두는 것보다, 공개적으로 무엇이 맞는지 서로 따져보는 것이 낫다”며 “쉬쉬하지 않고 국민이 직접 판단하게 하자는 정공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에도 6개 관계 부처 및 기관 수장이 참석한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TF’ 회의를 열고 과학적·객관적 검증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통상적으로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국정조사와 달리 청문회가 ‘단 하루’라는 점도 감안했다. 청문회에서 쏟아질 야당의 공세를 방어해낸다면 국정조사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셈법이다. 국정조사 정국에선 국민 반감이 높은 고위직 자녀에 대한 특혜 채용 문제를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채용 관련 비리는 국민이 공분하는 지점”이라며 “오염수 문제는 사실관계가 전달이 되면 국민도 진상을 이해할 것이고, 그러면 여론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청문회 성사 전까지 오염수 문제를 전면 부각시킬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12~14일 진행되는 대정부질문과 20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오염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 지역구 위원회에 오염수 비판 현수막을 내걸라는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조직 문제가 엮여 이해하기 어려운 선관위와 달리 오염수 문제는 직관적”이라며 “민주당 여론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6개월여 만에 추가 국정조사를 끌어낸 것도 성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정조사 대상에 북한의 해킹 시도를 포함시키는 부분을 양보하긴 했지만,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내주 초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구체적인 조사 기간·범위 등에 대한 추가 협상에 들어간다. 협상 결과에 따라 이르면 21일 본회의에 국정조사 계획서를 제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