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걸맞지 않는 결과가 삼성계열사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정부의 ‘의료질 평가’에서 처음으로 ‘최상급 병원 탈락’ 판정을 받은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의료질 평가’가 시작된 이래 소위 국내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이라 불리는 곳 중에서 최고 등급을 받지 못한 사례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병상 수나 의사 등 의료진의 규모로 볼 때 최고라 자부하던 삼성서울병원이 최고등급에서 탈락한 것은 병원입장에서 볼때는 충격적인 결과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의 의료질 평가에서 받은 등급은 ‘1등급-나’이다. 최고 등급은 ‘1등급-가’이다. 같은 1등급이라고는하나 사실상의 2등급과 다름없다. ‘1등급-가’는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빅5′ 병원과 가천대 길병원·부산대병원·아주대병원·인하대병원을 포함해 총 8곳으로 전해졌다. ‘1등급-나’를 받은 곳은 28곳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의료질 평가’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 수준을 등급으로 매기는데 국내 유수의 300여 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한다.
평가기준은 전년도 진료 실적, 인력, 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세부적으로는 환자 안전, 진료수준(의료의 질), 중환자실 운영비율과 같은 공공성, 전달체계, 지원활동, 교육, 연구개발 등 여러 영역에서 50여개 지표로 이뤄진다. 정부는 이런 평가등급결과에 따라 의료기관에 지원금을 부여하는데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한단계가 떨어져 지원금 삭감액이 수십억원에서 최대 100억원에 육박했을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의료계에선 “메르스나 코로나19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삼성서울병원이 다른 병원들에 비해 너무 병원의 규모만 믿고 의료의 질 개선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시각들이 있다”고 전했다. 지원금 삭감도 치욕적인 일이지만 삼성서울병원을 더 아프게 하는건 국민들에게 그동안 최고병원으로서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한 것이다. 라이벌로 알려진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빅5에서 탈락한 것은 물론 가천대 길병원·부산대병원·아주대병원·인하대병원보다 한수 아래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은 ‘관리의 삼성’ 답지않게 업친데 덮친격으로 자잘한 악재들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삼성서울병원이 낸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고 1명을 채용한 것을 두고 수사 중이다. 지난해 12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삼성서울병원이 계약직 PA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자 삼성서울병원 박승우 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수술실 간호사’라고도 불리는 PA간호사는 의사를 대신해 처방, 수술, 기록, 채혈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데 국내에서 운용 자체가 실정법 위반이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PA간호사의 업무 외 의료행위를 묵인해 왔다.
병원 측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명칭을 쓴 것일 뿐, 면허 범위를 넘는 업무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고 보건복지부 역시 PA간호사 채용 공고만으로는 위법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PA간호사가 실질적 의료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에는 의료용 마약류 관리를 소홀히했다는 이유로 식약처로부터 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식약처는 다른 대학병원과 연구시설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삼성서울병원은 유효기간이 지난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하고 의료용 마약류 저장시설을 주 1회 이상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세계에서 영원한 1등기업은 없듯이 병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의료기관은 환자들의 '신뢰'가 없으면 아무리 덩치가 크고 브랜드 이미지가 견고해보여도 살아남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