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자기가 만드는 쓰레기는 스스로 버리는 게 사실 당연한 건데, 축제 기간에 바닥에 쓰레기도 많고 쓰레기통이 넘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먹다 남은 과자가 그대로 든 봉지, 빈 페트병과 술병들. 설렘과 열기로 발 디딜 틈 없던 캠퍼스에 인파가 우르르 빠져나간 뒤의 흔한 모습이다.
수만 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한데 모여 끼니를 해결하고 음주가무를 한바탕 벌이고 나면 쓰레기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난 22일부터 석탑대동제가 시작된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는 1일 평균 1만명 이상이 방문해, 50톤 이상의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먹고 즐기는 것은 좋지만, 길거리에 그대로 흔적을 남기고 가는 모습은 대학 축제들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3년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처음으로 열린 지난해 축제에서도 쓰레기 문제는 반복됐다.
그러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올해 축제 풍경은 달라질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동제가 한창인 25일 오후 1시께 고려대 서울캠퍼스. 강렬한 뙤약볕에도 불구하고 광장 곳곳에는 학생들이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들의 손에 들려 있는 컵이나 병, 식기들은 백이면 백, 일회용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축제를 맞아 캠퍼스 한켠에 진을 친 푸드트럭의 음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종이컵이나 상자에 담긴 초밥이나 볶음면 등을 나무젓가락으로 먹는 식이다. 숙취해소제나 음료 판촉으로 투명한 플라스틱 컵을 하나씩 들고 있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들이 떠난 자리는 깨끗했다. 대신 눈에 띄는 건 푸드트럭 옆으로 마련된 거대한 분리수거함. 폐기물 수거업체 업박스에서 설치한 ‘제로스테이션’이다.
성인 키보다 훨씬 큰 이 분리수거함은 폐지, 유리병과 캔, 페트병, 플라스틱, 일반쓰레기 등으로 구분돼 있다. 먹다 남은 음식과 일반쓰레기, 술병이 한데 뒤섞여있던 이전의 축제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지점이었다.
점심 시간 직후인 오후 1시께. 30분 사이에 수십명의 학생들이 이곳에 쓰레기를 분리해 버렸다. 학생들은 찌그러뜨린 생수병이나 봉투에 담은 일회용 식기들을 들고 와 버렸다. 남은 음료를 입에 털어버리거나 컵을 뒤집어 재질을 확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1학번 전세은 씨는 “자기가 만든 쓰레기 버리는 게 당연한데 축제 기간에 바닥에 쓰레기도 많고, 쓰레기통도 넘쳐 있다”며 “크게 분리수거함을 마련해 두니 버리기도 쉽고 관리도 잘되는 데다 경각심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달라진 듯한 축제의 풍경 이뿐 아니었다. 분리수거함 옆으로는 플라스틱 자원순환이나 다회용컵 체험을 독려하는 부스들이 모여있었다.
고려대 석탑대동제준비위원회는 “축제 기간 동안 최대 80t의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로스테이션을 통해 최대 60% 의 재활용품을 자원 순환하고 108t의 탄소 저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