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 기조연설

미래 최우선 과제는 기후 위기

新에너지 기술이 대안이자 기회

워싱턴 선언 “핵억제력 강화” 호평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헤럴드 창사 70주년 기념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헤럴드 창사 70주년 기념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세계 배터리 산업을 선도하는 한국은 기후위기 시대에서 그 어떤 국가보다 유리한 입지에 있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다.”

앨 고어(Al Gore) 미국 전 부통령은 한국의 배터리·전기차 분야 경쟁력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한미동맹 최우선 과제로 기후위기 극복을 꼽으며 배터리 산업을 포함,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 개발에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앨 고어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창사 70주년 기념 포럼 한미동맹 70, 얼라이언스 플러스(Alliance Plus)’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핵무기 확산이나 핵전쟁 위협 등을 제외하고 인류가 가장 중대하게 직면한 문제가 바로 기후위기”라며 “기후위기는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의 향후 70년 동안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폭염과 가뭄, 홍수 등 각종 기후재난을 상세히 언급한 그는 “이미 전 세계에 32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위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데에 무게를 뒀다. 위기는 오히려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인류에게 주어진 훌륭한 기회”라고 표현한 앨 고어는 화석연료를 탈피하고 탈탄소화를 추구하는 대체에너지 시장을 해결책으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이 빠르게 탈탄소화를 추진한다면 2070년까지 2300조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지속가능성 혁명을 통해서 연간 GDP 성장률이 5% 더 높아지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배터리 분야에서 한미 양국 파트너십이 이뤄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1조 달러에 달하는 배터리 산업에서 한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유리한 입지를 가진 국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선도하고 있고, 이 산업이 한국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건 한국에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기차의 폭발적인 증가세도 주목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신규 차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다”며 “통상 신제품의 15%를 차지할 때 기술변화의 중요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폭발적 인기를 끌게 되는 시점)’로 본다. 전기차가 바로 그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데에 한미 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앨 고어는 “미국이 세계에서 2번째로, 한국이 13번째로 화석연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다”며 “이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양국이 더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한국은 전체 전력 생산 대비 재생에너지 비율이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풍력과 태양광 보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때 인류 미래가 한국과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두 나라가 전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70주년을 맞이하는 한미동맹과 관련해선, “전략적인 국방 동반자 관계로 시작했지만 (한미동맹은) 이제 그 이상을 의미하고 있다”며 “안보를 넘어 민주주의, 인권증진 그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앨 고어는 양국 문화 교류 확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화를 언급했다. 지난 4월 국빈 방미한 윤 대통령은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앨 고어는 “K팝 뿐 아니라 이젠 윤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란 노래로 미국을 ‘침공’한 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양국의 우정이 이제 문화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정상회담 결과물인 워싱턴 선언을 두고도 “이제 핵 억제력이 더 강화됐고 한미일 관계가 더 진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과거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고 전한 앨 고어는 “당시 최고의 군인은 바로 한국 군인이었다 직접 눈으로 이를 지켜봤다”며 “한미동맹은 더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고, 공동의 가치관 위에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