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 교체 등 유통업계도 분주
# 서울 마포구 공덕역 10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치킨집. 주로 한국인이 복작거리는 음식점에서 낯선 말투가 들렸다. “양념치킨, 한 마리. 포장해 주세요.” 식당 입구에서 대만인 메이링(29) 씨가 주문을 하는 목소리였다. 그는 다소 어눌하지만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 여행을 온 그는 “구독자가 160만명인 대만 유명 유튜버가 한국식 양념치킨을 추천해서 꼭 먹어보고 싶었다”며 “여행 오기 전부터 한국어로 주문하는 방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메이링씨처럼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방한객 중 대만인, 태국인, 홍콩인 등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인이 유독 많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글래드 마포 호텔에 따르면 4월 한 달 기준 전체 투숙객 중 외국인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이중 대만과 홍콩 국적 투숙객은 각각 13%와 11%에 달했다. 중국 국적 투숙객은 9%였다.
24일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3월 방한 관광객은 80만575명으로, 2월(47만9248명)과 비교해 167%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에서 온 관광객이 19만23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8만6430명) ▷중국(7만3390명) ▷대만(6만3504명) ▷태국(4만3084명) ▷홍콩(2만7155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대만·태국·홍콩에서 온 관광객 수가 2월과 비교해 세 자릿수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일본, 대만 등 22개국 외국인에 대해 전자여행허가제(K-ETA) 없이 입국할 수 있게 하고,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한국에서 무비자로 환승할 수 있도록 길을 연 점이 주효하게 작용한 결과다.
‘관광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도 일본어와 함께 대만어·광둥어·태국어로 대화하는 관광객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한 돈까스 가게 앞에는 대만인과 홍콩인을 위해 중국어 번체로 된 메뉴판을 비치해 뒀을 정도다. 액세서리 가게 주인 조모(51) 씨는 “아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유입되지 않아 명동 일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확실히 영어, 중국어, 일본어 외에 다양한 국적의 언어를 쓰는 관광객이 많아졌다”고 했다.
방한 외국인의 ‘쇼핑 리스트’도 달라졌다. 특히 최근에는 K-패션 열풍으로 한국 브랜드의 의류를 사는 이들이 늘었다. 외국인의 쇼핑 성지 중 하나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이 꼽힌다. 올해 1~3월 더현대 서울의 외국인 누적 매출과 관광객 수는 지난해 대비 각각 872.6%, 797.4% 늘었다.
한편 쇼핑을 마친 방한 여행객이 객실에 옷을 두고 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글래드 마포 호텔은 최근 1층 로비에 아예 옷 수거함을 설치했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