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5월임에도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냉면의 시간표’가 빨라지고 있다. 고물가 상황 속에 5년 새 가격이 30% 가까이 오른 외식 냉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인 HMR(가정간편식) 냉면이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냉장 밀키트 등 신선도와 가격을 동시에 겨냥한 신제품이 추가로 나오면서 올해 냉면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빨라진 ‘냉면 시간표’…마트 ‘집냉면’은 이미 세일중
25일 기자가 찾은 서울 성북구의 한 마트. 사실상 ‘냉면 시즌’이 이미 시작된 모습이었다. 2인분 HMR(가정간편식)이 3000~4000원대에 할인가로 팔리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서울 시내 냉면 한 그릇 가격(1만923원·4월 기준) 대비 약 3~4배 저렴한 가격이다.
5월의 HMR 냉면 판매가 활발해진 이유로는 우선 빨라진 더위가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냉면 시즌이 3~4주 정도 빨라졌다. 최근 들어 30도가 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6일 강원 강릉의 경우 관측 사상 5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35.5도를 기록했다. 이날이 포함된 5월 3주차(15~21일)의 경우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냉면 HMR 제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5월 열대야’도 예상되는 만큼 냉면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정에서 먹는 냉면의 경우 취향에 따라 집안의 음식과 곁들여 먹을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인천에 산다는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냉면 HMR 제품의) 맛도 식당 냉면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더라. 집에 있는 오이소박이나 동치미를 섞어 먹을 수 있어 집에서 면을 삶아 먹는다”고 말했다.
외식보다 3~4배 저렴…고물가에 집으로 들어온 냉면
여기에 최근 고물가로 인해 HMR 냉면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외식 냉면은 2015년 1인분에 8000원을 돌파한 후 2021년에는 9000원을 넘어섰다. 올해 4월 기준 서울 냉면 한 그릇 가격은 1만923원이다. 8000원대에서 9000원대가 되는데 7년이 걸렸다면 이번엔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격 인상 원인으로는 원부자잿값, 인건비, 전기료 등 상승이 손꼽히지만, 문제는 가격이 또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요금 인상이 계속되고 있어. 외식물가는 1년째 달마다 인상률이 7%대를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16일 ‘2분기(4~6월) 전기·가스 요금을 5.3% 인상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또 다시 가격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이날 기준 서울 유명 냉면집의 물냉면 한 그릇 가격은 ▷우래옥(1만6000원) ▷을밀대(1만5000원) ▷필동면옥(1만4000원) 등으로 평균가격(1만923원)에 비해약 30% 비싸다. 이런 탓에 가격 부담을 이유로 외식 냉면을 대체하는 가정용 냉면 시장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2020년 약 300억원 규모였던 가정용 냉면 시장이 3년 사이 약 2배 가까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그 사이 소비자의 선택권은 외식 냉면, 밀키트, HMR냉면 등으로 넓어졌다.
1년 만에 앞자리 바뀐 외식 냉면값…언제 멈출까?
이런 수요를 겨냥해 업계에서는 외식 냉면급 품질를 구현한 냉장 밀키트 제품을 내놓았다. 최근 풀무원은 초절임 얼갈이배추, 명태회 무침, 삶은 달걀 등 재료를 모두 넣은 물냉면·회냉면 밀키트 2종을 출시했다. 풀무원은 냉면 밀키트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품질에 불만족할 시 환불하는 이벤트를 31일까지 진행 중이다.
온라인에서도 빨라진 무더위에 맞춰 여름 행사도 당겨서 진행 중이다. 마켓컬리는 속초식 회냉면 같은 별미 간편식과 과일, 간식 등 120여 가지 여름 관련 제품을 ‘마켓컬리 여름맞이 대작전’ 을 통해 1일까지 최대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