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 대법원 제소에도

시의회, 의장 직권으로 공포

서울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가 앞으로는 외부에 공개된다. 서울시의회가 기초학력 진단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공포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서울시교육청과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15일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조례는 공포 즉시 시행된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공개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통과된 것은 17개 시도 중 서울시가 처음이다.

조례안은 매년 3∼4월 초·중·고 학생들이 치르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현황을 각 교장이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학교만 알고 학부모 등에게 공개할 수 없었다.

조례안에 따르면 학교장은 기초학력 진단검사 현황을 학교 운영위원회에 매년 보고하고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다. 교육감은 진단검사 시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학교에 대해 교육감이 포상할 수 있다.

조례안은 서울시교육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10일 가결됐다.

시교육청과 진보 시민단체는 조례안이 학교 서열화를 부추길 것이라며 우려했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 학력향상특별위원회와 보수 시민단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습 결손이 커졌기 때문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조례안이 필요하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시의회는 시교육청의 재의 요구에 이달 3일 제318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재의결했다. 당일 본회의에서는 재석 의원 107명 중 찬성 74명, 반대 31명, 기권 2명으로 재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진보 시민단체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재의결 당일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적을 공개하고 결과를 포상하면 학력 경쟁과 사교육비 폭증을 부추길 것”이라며 시교육청에 재의결된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9일 이 조례안을 대법원에 제소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의회에서 다시 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대법원 판결 전까지 조례안 시행은 보류된다.

교육계에서는 해당 사안이 대법원에서 판결나기까지 3∼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시교육청이 본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한 것은 시민의 정보 접근권과 공교육 정상화 시도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기초학력 보장은 명백한 자치사무이며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는 법령 위반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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