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2023년 5월 14일까지 유OO’
무심코 지나친 편의점 빵 봉지, 자세히 살펴보면 소비기한 옆에 웬 낯선 이름이 하나 쓰여 있습니다. 편의점 빵뿐만 아닙니다. 일부 과자, 양산용 빵, 가공식품 포장지에서도 이러한 이름들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이름의 정체는 바로 제품 생산 라인의 검수 담당자입니다. 제품이 생산된 라인에서 품질을 관리하는 사람의 이름을 제품에 표기한 것입니다. 혹시 제품이 이상이 있거나 이물질이 발견됐을 때 역추적해 품질 관리 문제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에 생산 라인 검수 담당자의 이름이 쓰여있는 것은 아닙니다. 품질 관리자의 이름을 표기하는 것은 제조 업체의 자율에 달려있습니다. 이름 대신 이니셜을 적기도 합니다.
다만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은 제조회사에서는 품질 관리자의 이름을 명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히 ISO 9001 이상 인증을 받은 기업은 필수로 표기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ISO 9001은 무역상의 기술장벽을 없애고 품질에 대한 상호인정을 위해 만들어진 인증 제도입니다. 국제적으로 공통된 품질경영시스템 규격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ISO 9001은 세계 제2차 대전을 전후로 군수품의 불량을 줄이기 위해 제품의 생산 시스템에 대한 관리 요구사항을 매뉴얼화한 것에서부터 비롯됐습니다. 따라서 인증 과정에서 매뉴얼 작성, 검증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가운데 상품의 식별과 추적성은 ISO 9001의 필수 요건입니다. 어떤 제품에 대해 공정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작업했는지를 명시하면 추후 품질 문제가 접수되는 경우 공정과 작업자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품질 담당자의 즉각적인 지도와 교육도 용이합니다.
이렇듯 제품에 쓰여진 '이름'은 제품 품질에 대한 적합성을 보증하기도 하지만 품질 문제를 시정 조치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보통 공산품은 제품 보증서를 첨부해 품질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지만 식품 제품에 문서를 첨부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포장지에 품질 관리자의 이름을 표시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품질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