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옥죈 대출·세금 규제 풀고 부담 낮춰

‘270만호 공급’ 로드맵 제시, 재건축 규제 손질

시장 여전히 한파…전세사기 대란·미분양 과제

발표 정책 시행 위한 ‘입법 완료’ 최우선 순위로

“재초환, 실거주폐지 아직도 통과 안됐다고?” 여의도에 빛바랜 규제완화 [부동산360]
서울 용산구 남산 전망대에서 강북 일대 아파트와 빌딩들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부동산 정책 기조는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전임 정부는 시장 과열을 식히려 분양·대출·세금 등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옥죈 반면, 새정부 출범과 함께 덮친 고금리는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며 켜켜이 쌓인 규제를 걷어낼 명분을 줬다. 발빠르게 규제 완화에 나선 덕에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위기는 피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그간 발표한 규제 완화안을 시행하기 위한 입법 완료, 지방 미분양 문제, 전세사기 대란 등은 여전히 남은 과제로 꼽힌다.

현 정부가 꺼낸 규제 완화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출범 직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 배제했다. 이후 유예 조치를 내년 5월까지 1년 연장했다.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도 손질해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추고, 일시적 2주택 등 주택 수 제외 특례를 신설해 세 부담을 줄였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도 내려 올해는 1주택자는 물론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까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생애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완화해 집값의 80%·최대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고, 무주택자 LTV 규제를 규제지역·주택가격에 관계없이 50%로 일원화했다.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고,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은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주택 구입과 ‘대출 갈아타기’를 원하는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도 선보였다.

공급 물량 확대와 재건축 활성화에도 속도를 냈다. 8·16 대책을 통해 5년간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첫 주택공급 로드맵을 내놨고, ‘재건축 대못’으로 여겨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편안도 제시했다.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전체의 50%에서 30%로 문턱을 낮췄다.

올 들어선 1·3 대책을 통해 대출·실거주·전매제한 등 규제를 확 풀었다. 당초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세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풀었는데, 1·3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3구·용산만 제외하고 모두 해제했다.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최장 5년간 거주해야 하는 실거주 의무를 없애고, 전매제한을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3년, 지방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무주택자만 가능했던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은 주택 소유자도 할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책에 거래 절벽 일부 해소, 주요 지역 아파트값 하락 폭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은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년 새 12.5% 하락했다. 서울은 10.94% 떨어졌고, 경기와 인천도 16.47%, 17.04% 내리며 수도권은 14.83% 감소했다.

시장 매수자는 여전히 신중한 기조다. 최근 수년간 오른 집값이 고점이란 인식에 급매가 아니면 사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2021년 11월 둘째 주 100.9를 마지막으로 올해 5월 첫째 주까지 1년 6개월간 기준선인 100 이하에 머물고 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시장에 집을 사려는 이들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분양 시장 한파도 거세다. ‘로또 청약’은 옛말이 되고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며 청약시장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미분양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04호,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650호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시장 침체로 전셋값이 급락하며 전세사기 대란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2021년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4년치 인상분을 한 번에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며 전세 가격이 뛰었는데, 지난해에는 고금리, 시장 불황 여파로 전셋값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전셋값 급등 이후 계약 된 전세 만기가 올해 도래해, 역전세난 및 전세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곳곳에서 터질 우려가 여전하다. 전세사기 문제와 피해자 지원 기준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관련 최우선 과제로 그간 발표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입법 완료를 꼽는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편 관련 법 개정안,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 완화 등도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도 여전히 상임위 논의 단계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년간 부동산 시장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이 이뤄져 최근에는 거래 증가 등 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남은 임기에는 서민 주거복지 향상과 더불어 거래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 조치 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야당과 국민들을 설득해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거래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계속 속도를 내야 한다”며 “이후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는 국가 경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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