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네이버(NAVER)와 카카오의 실적이 엇갈리면서 이들 주식의 고점에 물린 개인투자자들의 매매전략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카카오의 개인투자자들은 고민끝에 추가매수 쪽으로 방향을 잡은 반면, ‘깜짝 실적’을 기록한 네이버의 개인투자자들은 급등하는 주가를 기화로 손절매에 적극적인 양상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네이버 주가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5.56% 오른 20만7000원에 마감했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3.6% 증가한 2조2804억원, 영업이익은 9.5% 늘어난 33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예상한 영업이익 전망치 3071억원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잉여현금흐름 15~30%의 현금배당과 매년 1%씩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네이버 주가급등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개인은 무려 1890억원 순매도에 나서며 2021년 6월 23일(2309억원 순매도 )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네이버 주가는 전날 반등에도 여전히 고점(2021년 7월26일 46만5000원) 대비 절반 이하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둔화 우려에 주가는 고점에서 저점(2022년 10월13일 15만5000원)까지 66.7% 하락했는데, 반등폭은 30%에 그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의 1분기 실적발표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장기간 침체된 주가에 진력이 난 개인투자자들은 전날 급반등을 사실상 ‘탈출’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에는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리는 양상이다. 카카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4일 주가는 1.9% 하락했지만, 개인은 285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이는 지난 2월 13일(1060억원 순매수) 이후 최대치였다.
카카오는 올 1분기에 1조7403억원의 매출을 올려 71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5%나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4.1%로, 지난해 동기 대비 5.5%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실적 발표 결과 카카오는 시장 예상치(컨센서스) 대비 부진에도 불구, 현재 주가가 바닥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향후 실적도 에스엠(SM) 연결 편입 등으로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면서 개인의 매수세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8일 하루에만 증권가에서 카카오에 대한 10여건의 리포트가 쏟아진 가운데, 이들 중 5곳은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가를 줄줄이 낮춰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카카오 주가는 고점(17만3000원)에서 저점(4만6500원)까지 73% 급락한 이후 제대로 된 반등 없이 게걸음 중이다. 올해 주가 상승률 역시 7.7%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수’ 의견 유지와 목표가 하향이 공존하는 분석에도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사실상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라며 “전날 ‘카톡 먹통’ 사태가 또 빚어졌는데, 카카오톡 서비스장애가 반복될 경우 외주 인프라 비용, 보상비용, 광고노출 감소 등으로 실적에 크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