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미국 정부가 내달 1일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언급하며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일단 실제 디폴트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게 제기되지 않음에도 이른바 ‘X데이트(X-date)’라고 불리는 디폴트 최종시한까지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이달 중순 이후부터 국내외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개연성이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버락 오마바 정부 당시에도 부채한도 상한을 놓고 여야 대치가 계속되자 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하향, 세계 금융투자시장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고 “6월초에는 모든 정부 지급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우리의 최선의 추정”이라며 “아마도 6월 1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현재 예상치를 고려할 때 의회는 가능한 한 빨리 부채한도 상한을 연장하거나 올리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통해 정부 지불에 대한 장기적 확실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7월께 디폴트 가능성에 우려를 표해 왔지만 미 정부는 그에 앞선 다음달 불이행 전망을 내놓으면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하원은 지난달 26일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과 정부 지출 삭감을 연계한 법안을 찬성 217, 반대 215로 가결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점한 상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이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상한은 31조4000억달러(약 4경2107조원)다. 미국은 지난 1월 정부 총부채가 한도 상한에 육박하자 경제적 타격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해 왔다. 공화당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정부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반복적으로 부채한도 상한을 인상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난 중간선거까지는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어서 공화당과 줄다리기 끝에 부채한도 상향법안을 처리해 왔다. 그러나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올해는 부채한도 상향법에 기후변화 기금 폐지, 학자금 대출 탕감 종료 등을 포함한 수십억 달러의 지출 삭감을 포함했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미국 1년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 중으로 이는 2008년 금융위기나 2011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사태 당시 고점인 80bp(1bp=0.01.%포인트)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며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정부부채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미국 재무부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한 가운데 부채한도 협상 이슈가 맞물리며 재무부의 채무상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