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편만 들더니” 알고보니 3억원 더 받았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2017년도 기부금 출연자 및 출연가액 규모. [국세청 홈택스 ‘공익법인 결산서류’ 캡처]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구글과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인터넷 망 이용대가 지불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입장을 줄곧 대변해왔던 국내 한 공익법인이 구글로부터 3억원 가량을 추가 후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달 22일 국세청 홈택스에 2017년도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재공시했다. 결산서류를 보면 그 해에 구글 코리아가 3억220만원을, 구글 아시아퍼시픽이 3380만1000원을 현금으로 기부한 것으로 나온다. 총 3억3600만원에 달한다.

오픈넷이 2017년 한 해 출연받은 기부금 총 4억2751만원 중 구글이 후원한 액수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오픈넷은 2018년 4월 결산서류를 처음 공시할 때 이 사실을 누락했다가 이번에 추가 기재하면서 5년 만에 정정했다.

이로써 구글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9년에 걸쳐 오픈넷에 후원한 기부금 규모는 종전 13억6000만원에서 16억9800만원으로 늘어났다.

“구글 편만 들더니” 알고보니 3억원 더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실 제공]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오픈넷 최대 후원자인 구글 코리아가 오픈넷을 앞세워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구글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13억6000만원을 오픈넷에 후원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픈넷이 누락한 2017년 기부금 내역이 이번에 정정공시되면서 구글의 후원 규모가 더 컸던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변 의원은 “오픈넷이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 전체가 누락된 2018년 자료 등은 재공시하지 않고 있다”며 “법적 의무인 결산서류 공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행위는 공익법인이 취소될 수도 있는 중대한 위반사항임에도 오픈넷의 부실한 결산자료 공시가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그동안 구글의 후원을 받으면서 국회에 발의된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을 선동한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구글과 넷플릭스 입장을 지지하며 온라인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9월 거텀 아난드 구글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이 블로그에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에서 사업 운영방식을 변경해 결국 CP(콘텐츠사업자)와 창작자들로 하여금 수익 감소, 지원 축소 등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며 유튜버들에 대한 수익배분 축소를 시사하자 오픈넷도 같은 주장을 폈다.

“구글 편만 들더니” 알고보니 3억원 더 받았다
[123RF]

오픈넷은 지난해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망 사용료 법안이 시행되면 데이터 종량제 부담이 인기 크리에이터에 전가돼 크리에이터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은 발신종량제와 무관하다. 오픈넷은 가정법에 근거해 논리 비약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구글이 사업 운영방식을 바꿔야 할 만큼 망 사용료 부담이 큰 지 의문”, “망 사용료가 유튜버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할 정도의 액수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27%를 차지한다. 넷플릭스까지 합하면 34%에 달한다. 두 회사가 우리나라 전체 트래픽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와의 1심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여전히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한 채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글의 후원을 받으며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공익법인이 회계를 누락한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변 의원은 “오픈넷이 계속해서 자료를 누락하고 공익법인으로서 회계를 투명하게 공시하지 않는다면 주무관청인 서울전파관리소와 국세청에 조사를 요청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