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선거에서 돈봉투 뿌려진 유사 구조

박희태 전 의장 등 3인 기소돼 유죄 확정

민주당 일각서 “실비” 운운…당시도 유사 주장

법원 “위법성, 비난가능성 매우 커” 지적

민주당 사건 수사 檢, 강래구 씨 구속영장 청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임세준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 의혹 사건 수사 속도를 높이면서 과거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의 일이고, 현금이 돈봉투에 담겨 전달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유사한 구조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20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2008년 있었던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2011년 12월 고승덕 당시 국회의원이 한 언론에 ‘전당대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어느 전당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 당대표 후보 측이 보낸 돈봉투가 배달됐는데 이를 돌려보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파장이 확산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대표 경선에 나선 박희태 후보 측에서 건네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2012년 2월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 및 이 사건에 관여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이 적용한 죄명은 정당법 50조 ‘당대표경선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공여자로 의심받는 피의자들에 대한 강제수사 과정에서 적용된 혐의와 같다. 박 전 의장을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되게 할 목적으로 세 사람이 공모해 300만원이 담긴 돈봉투를 전당대회 대의원이던 고 전 의원에게 제공했다는 혐의였다.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두고 “실비” 또는 “실무자들의 차비, 기름값, 식대 수준”이란 식으로 운운하는 것처럼, 박 전 의장 등도 당시 재판에서 ‘당원협의회 위원장 등에게 투표장에 오기 위한 교통비, 식비 등 실비를 제공하는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당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회 및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권여당의 대표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선거”라며 “대의원들의 지지후보자 결정 및 투표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그 자신도 선거인인 당원협의회 위원장에게 돈을 지급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위법성 및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결국 3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됐고, 박 전 의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수석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조 전 수석에겐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박 전 의장과 김 전 수석은 항소심 재판도 받았지만 2012년말 항소 기각 판결이 났고 1심 형량대로 최종 확정됐다.

박 전 의장 사건에선 돈봉투를 받았다가 반환했다고 밝힌 고 전 의원만 제공 대상으로 알려졌을 뿐 다른 수수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이번 민주당 사건의 경우 검찰은 자금 마련 및 제공·전달에 관여한 이들을 먼저 수사한 후 수수자를 특정한다는 방침이다. 돈봉투 제공에 관여한 인물들의 통화녹음이 존재하고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는 점도 박 전 의원 사건과 다른 점이다.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전날 밤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해 정당법 위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사건 수사 착수 이후 첫 구속영장 청구다. 검찰에 따르면 강 위원은 2021년 3월~5월 당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9400만원을 살포하는 등 선거인 등에게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하고,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와 별개로 2020년 9월 한국수자원공사 산하 발전소 설비 납품 청탁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d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