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멜버른⑯
호주는 대륙..동물들 귀엽지만 매섭기도
[헤럴드경제, 멜버른=함영훈 기자] 세계6위 면적인 호주는 브라질보다 약간 작고 7위 인도의 2.4배나 되는, 하나의 대륙이다. 국제적 ‘대륙’ 기준을 초과했기에 좀 아는 사람들은 “호주 대륙”이라 부른다.
특히 아메리카대륙, 아시아-유럽-아프리카대륙과 동떨어진 섬 형태의 대륙이라 호주에만 사는 동물들이 참 많다.
호주에만 사는 캥거루 한테 호주머니가 있다고 해서 호주라고 했다는 아재 개그는 한국에만 있다. 한국영화 ‘미안하다 사랑한다’ 촬영지, 빅토리아주 멜버른은 호주에만 사는 동물들의 천국이다.
캥거루 닮은 짙은색의 왈라비도 있는데, 호주머니가 있다고 해서 호주 왈라비 더러 캥거루라고 했다가는 “여행전 기초학력 미달자”로 의심받는다. 이처럼 호주머니 가진 동물 조차 호주엔 몇 종 된다. 캥거루는 원주민의 언어이다.
▶귀엽다고 우습게 보고 놀리다간 봉변= 호주엔 사람이 정성들여 집을 지어준 동물원과 자연그대로 냅두는 생태보호구역 등이 있다. 굳이 이런 공원 구역이 아니라도 좀 한적한 곳엔 왈라비와 웜뱃, 호주 왕앵무새, 코알라는 언제든 불쑥 나타나거나, 나무 위에서 여행자를 주시한다. 잘 보호하고 있으니,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다.
필립섬에선 해진 직후 귀가한 닭 만한 페어리펭귄이 자기집 근처에 왈라비가 서성거리자 7~8배 덩치 큰 왈라비를 향해 째려보고, 허우대 멀쩡한 왈라비는 엉덩이를 빼고 오도가도 못하는 대결 풍경이 수백명의 구경꾼 앞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타조 같지만 매섭고, 귀엽지만 육식성인 야생동물이 많아 함부로 접촉을 시도했다간 사람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카소와리는 타조를 닮았지만 매우 난폭하고 공격할 때엔 인정사정이 없다. 발톱만 12cm 몸무게 70㎏의 거구로 타조와 칠면조를 합쳐놓은 생김새이다. 우리말로 화식조라 불린다. 매서운 공룡 랩터와 싸워도 뒤지지 않는 익룡 처럼, 거대하고 사나운 새여서 '시조새'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포썸은 자연공원을 거닐때 후다닥 소리를 내며 빠르게 움직이는 동물로 고양이와 미어캣를 합쳐놓은 생김새이다. 크기는 고양이 정도로, 매우 민첩한 야행성 동물이다.
플라티퍼스는 오리너구리로 화학공장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 끼워넣은 것 같은 주둥이가 특이하다.
주머니고양이라 불리는 타이거퀄은 고양이와 너구리를 합친듯한 모습의 중간크기 개 만한 육식동물이다.
듀공은 수중의 사람 만한 물고기로 머리가 사람 중 할아버지를 닮았다. 고대 항해자들에게 인어로 오해 받기도 했다고 한다. 젖먹이동물로 전세계 9마리만 남은 희귀종이다.
▶힐스빌 야생동물원= 멜버른 시티 동쪽 야라레인지스 국립공원 가는 길에 있는 야라강변 중심부에는 호주식 세렝케티, 힐스빌 야생동물원이 있다.
이곳에선 호주 만의 야생동물을 주로 본다. 필립섬이 자연 방생형 생태지역이라서 동물들을 늘 구경할 수는 없지만, 힐스빌은 ‘계획된 야생구역’이라서 서식지별로 자연스러운 동물들의 일상을 관찰할 수 있다.
야생동물원의 30ha에 달하는 덤불구역은 호주의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야생동물들을 자세히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오리너구리, 코알라, 타조와 거위의 중간쯤 되는 에뮤, 태즈메이니아산 주머니 곰, 금조(琴鳥), 웜뱃, 독수리를 볼 수 있다. 또 야라강에서 식사와 함께 생산지에서 만든 와인을 즐겨도 되는 곳이다.
과거, 작물 훼손 혐의를 받던 과거 에뮤 무리가 농민과의 전쟁을 벌여 밀려났다가, 반격을 개시해 민관군 합동 전투단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에뮤는 이 처럼 용맹하고 단합을 잘 한다고 한다.
웨지 꼬리 독수리 같은 호주의 맹금류들이 펼치는 자유비행을 볼 수 있는 ‘하늘의 영혼(Spirits of the Sky)’섹션에선 다양한 색깔의 왕앵무새 등이 남다른 대륙 호주 조류의 세계를 볼수 있다.
파충류 코너에선 맹독성이 강한 호주 뱀을 보는 것이 하이라이트이다. 오리너구리도 보고, 인도에서 왔다가 호주식으로 변모한 들개 딩고(Dingo)의 유전적 진화도 흥미롭다.
호주야생동물 보건센터는 매년 2000마리 이상의 아프고, 부상당한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동물병원이다. 전문가팀은 야생동물 보호구역 방문객과 함께 동물구조, 재활치료, 방생을 실시한다.
생태관리원과 함께 전기로 움직이는 자연 친화적인 기차 패트롤, 가장 오래되고 큰, 마나 고무나무(Manna Gum) 찾기, 야생 동물의 거주지 누가누가 잘 찾나, 등등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힐스빌 야생동물원은 지역보존과 원주민 문화의 중심이 되는 호주 야생동물 체험공간이다. 숙련된 가이드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멜버른동물원, 호주안, 호주밖 동물 한꺼번에= 노스멜버른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 멜버른 동물원은 아름답게 조경된 정원에서 세계 각지의 250여종 동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즉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 말고도 호주 국민들을 위해 호주밖 대륙의 열대 우림의 원숭이, 호랑이, 오랑우탄, 코끼리도 보여준다. 물론 코알라, 캥거루, 웜뱃 등 호주만의 동물도 보여준다.
와일드 씨에서는 펭귄들, 호주 털 바다표범 등 을 볼 수 있고, 개코원숭이 관람대도 주어 하마드리아스 개코원숭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호주에만 사는 동물들에 대한 보호는 철저하다. 필립섬 리틀펭귄을 근접 촬영하면 관리인들이 소리를 치며 내쫓기도 한다.
멜버른 동물원은 호주만의 생물 뿐 만 아니라 아시아 코끼리 말리 등 멸종위기에 빠진 세계 곳곳의 생물들도 보호한다.
호주 밖 동물이지만 멜버른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있다. 코끼리가 새끼에게 젖 주는 풍경을 공개한다.
이와함께 컨퍼런스 시설, 회의, 세미나실도 두어 동물원 워케이션 기회도 준다. 또 여름 해질녘엔 저녁 콘서트도 연다. 동물과 함께 즐겨야 하므로 놀라게 하는 음악은 자제한다.
▶토끼, 여우와는 전쟁?= 호주정부는 동물을 가장 잘 보호하지만 골칫거리로 여기는 경우도 종종있다. 캥거루가 농작물을 훼손하자 농장소유주에게 사살권한을 준 적이 있다. 이 때 사살된 캥거루의 뼈는 한국식 등긁개 효자손으로 쓰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일이 없다.
호주엔 토끼와 여우가 살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꽤 많아졌다고 한다. 토끼는 영국에 요청해 56마리를 들여왔는데, 그만 관리부실로 7~8마리를 놓쳤다.
이들이 번식을 하면서 개체가 2억마리로 늘어 토착동물의 먹이를 잠식, 정부차원에서 ‘토끼와의 전쟁’을 벌었다고 한다. 토끼의 확산을 막으려 수천리 길이의 울타리 ‘그레이트 래빗 월’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엔 토끼를 잡으려 여우를 새로 호주에 도입한다. 여우도 기하급수적으로 개체 수가 늘고 심지어 펭귄 등을 물어죽이는 일이 벌어지자 여우와의 전쟁도 선포했다.
캥거루, 토끼, 여우의 주민 생업방해-생태계 교란 등의 현상은 더 심각해지지는 않았다. 이 외래종에 의한 호주 고유생태 교란 파동은 호주정부의 강력한 동물검역제도로 이어졌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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