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날 ‘투신 모의’ 남성 참고인 조사

투신 여성 휴대폰 포렌식 및 부검 신청

“진술 및 이외 사항들 통해 자살방조죄 검토 중”

법조계 “투신 안했어도 계획 제공했으면 자살방조죄 성립”

[단독] 경찰, 강남 여학생 투신 모의한 남성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 검토
서울 강남경찰서.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경찰이 서울 강남의 한 고층 빌딩에서 10대 여학생이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 투신 직전까지 함께 있던 남성에 대해 자살방조죄로 입건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투신한 10대 여성 A양와 함께 있었던 남성 B(27) 씨에 대해 조사를 진행, 자살방조죄를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며 “B씨의 진술 등 나머지 사항을 추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양의 휴대폰을 디지털포렌식으로 검사 중이다. 아울러 18일 A양에 대한 부검을 신청해 정확한 사건 경위와 투신 동기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2시30분께 강남 테헤란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10대 여학생 A양이 투신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A양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전 투신 계획을 공개하고 떨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생중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A양이 투신하기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B씨와 동반 극단 선택을 모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B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에 따르면 B씨는 A양이 사망하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으나, 자리를 빠져나왔다고 했다.

B씨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적고 말았다”며 “죽기 전 맛있는 고기를 먹고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도 풀고 카페에 가서 서로 힘든 점을 나누고, 제가 찾은 건물에서 같이 뛸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같이 뛰는 게 싫어져 일단 PC방에 가서 생각해보자고 하고 이동했다”며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철을 타고 이동하자 하고 빠져나왔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B씨의 행위가 형법 252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자살방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형법 252조에 따르면 사람을 교사하거나 방조해 극단 선택에 이르게 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김규현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는 “(해당남성이) 극단 선택 의사가 있는 상태에서 기존에 계획한 내용을 통해 상대가 극단 선택을 하는 데 충분히 도움을 준 상태라면, 자신이 극단 선택을 하지 않았어도 자살방조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남구에서 10대 학생들이 이틀 연속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전날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선 10대 남학생 C군이 동급생인 D양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뒤, 인근 아파트로 이동해 투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