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조현동 주미대사에 신임장…외교라인 재정비 속 초고속 임명[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현동 주미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수여식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조현동 신임 주미대사가 12일 신임장을 받으면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인한 인사공백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이번 연쇄 인사이동의 특징은 이른바 ‘미국통’의 약진으로, 2주 앞으로 다가온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한미동맹 강화 기조 속 대미 외교력 보강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조현동 신임 주미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했다. 직전까지 외교부 1차관을 지냈던 조 신임 대사는 약 일주일 만에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받았다. 이는 역대 우리 정부 주미대사 중 최단기간으로, 미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아그레망까지 4~6주 정도 소요된다. 조 신임 대사는 이달 14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으로, 후임 1차관 내정자인 장호진 주러시아 대사 역시 이번 주 귀국해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번 조 신임 대사의 인선과 관련해 “아그레망이 전례 없이 상당히 일찍 나왔다”며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성의 있는 조치이자,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처럼 이례적인 빠른 인선은 한미 정상회담을 2주 앞둔 시점에서 전 주미대사인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호흡을 맞출 대미 업무 경험자들의 연쇄 이동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의 외교·안보라인 재정비는 지난달 29일 김 전 실장의 전격 사퇴에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이후 조태용 당시 주미대사를 다음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했고, 공석이 된 주미대사 자리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가게 됐다.

尹대통령, 조현동 주미대사에 신임장…외교라인 재정비 속 초고속 임명[용산실록]
조현동 주미대사가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수여식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조 안보실장과 조 신임 대사는 모두 대표적인 ‘미국통·북핵통’으로 꼽힌다. 조 실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 후 외무고시 14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외교부에서 북미국장과 북핵단장, 의전장과 호주 대사를 거쳐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냈다. 이어 청와대 안보실 1차장, 외교부 1차관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조 신임 대사는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현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외교부에 들어가, 주미대사관 공사·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을 지냈다. 신임 외교부 1차관으로 내정된 장 대사 역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북미국장 등을 거친 ‘미국·북핵’ 전문가다. 장 대사는 또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때문에 조 실장을 비롯한 새 외교·안보라인의 향후 과제는 이달 말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와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한미일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군사안보 협력과, 반도체법 대응, 신산업분야 협력과 같은 경제안보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안보 참모들의 조율 역시 주된 역할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 도·감청 의혹’,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안’과 관련해 ‘굴욕 외교’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추가 협상 역시 새로 진용을 갖춘 외교·안보라인의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