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선비는 사전적으로,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뜻한다.
시장경제시대의 기준에 비춰보면 이렇게 살아가려면 집에 가진 것이 많아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양반가 남성 중 고매한 인품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이렇게 살다가는 예나 지금이나 집안 식구들 한테 볼멘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선비로 오해하는 백면서생은 일하지 않고 벼슬길에 나가기 위해 공부하는 수험생이라는 뜻에 가깝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담양, 영암, 괴산, 함양, 영주, 안동 등 이른바 양반-선비고을 속 선비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선비’는 벼슬을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으며, 고을 구성원과 함께 경제적 노동을 하면서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로, 학식과 지혜를 경제적 안정과 국방에 활용했던 지식인들이다.
유럽의 귀족 백수 지식인, ‘룸펜인텔리챠’와는 다르다. 주지하다시피 ‘룸펜’이라는 말은 한국에 들어와 어감이 비슷한 ‘놈팽이’와 동일시 된다.
영암의 조씨, 담양의 고씨, 경주의 최씨 등은 국방,경제,문화 등을 위해 반상을 뛰어넘는 실천적 행위를 해왔다. 실천행위와 학문탐구를 늘 병행했던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진정한 선비의 생활을 체험할 기회를 만들었다. ‘선비스토리투어’는 대중교통으로 안동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전문가이드와 투어버스 등을 제공하고 다양한 체험으로 선비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인문학 여행이다.
‘선비스토리투어’는 안동 북부권의 대표적 관광지 유교문화박물관, 예끼마을·선성수상길, 도산서원, 온계종택 등을 둘러본다.
종가에서는 다과를 내어오고, ‘접빈한상’을 차려 국민들에게 종가음식 맛볼 기회도 준다.
선비들은 문예에도 밝았다. 시문으로 배틀을 하고, 소리도 한자락 읊었다. 멋진 풍경과 유람의 즐거움은 청년 선비들의 예능감을 발현시켰던 것이다. 최고 지성인인 성균관 유생들도 축제 때 다양한 놀이문화를 즐겼듯이 말이다.
그래서 도산서원에서는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 ‘찾아가는 과거시험장’ 시사단을 등지고 울려퍼지는 대금의 선율과 함께, 도산서원의 정취를 한껏 즐길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권희주 연구원은 “이번 투어에서 선비들이 거닐었던 오솔길을 걸어보고, 도산서원에 들러 선비들의 학문적 열정을 느끼며, 종택 대청마루에서 선비들의 음식을 마주하면서 안동선비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비스토리투어’는 오는 15일 부터 6월 11일 까지 매주 토, 일에 진행되며, ‘선비스토리투어예약시스템’, 한국국학진흥원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