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수도권 외 거주하는 지방민 2명 중 1명은 자신의 지역이 향후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일자리 개선과 인프라 확충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앞서 삼성이 충청·경상·호남 등에 10년간 6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이 같은 대책이 지역 경제 활성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수도권 외 지역 거주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 대상 ‘지역경제 현황 및 전망’을 조사한 결과, 지방민의 49.4%는 거주지역이 소멸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 중 64.0%는 20년 이내에 소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역소멸이란 경제위축, 일자리 감소, 저출산고령화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교육, 경찰, 소방 등의 행정기능을 포함한 지역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로 6개 시도(경북 66.7%, 전북 64.8%, 울산 60.0%, 전남 58.5%, 강원 54.2%, 대구 50.9%)에서는 지역이 소멸될 수 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반면, 8개 시도(부산 48.6%, 제주 45.5%, 대전 44.4%, 충북 43.1%, 경남 42.5%, 충남 41.3%, 광주 37.7%, 세종 20.0%)에서는 지역소멸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봤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지방민의 41.1%는 미래에 거주지를 떠나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세대별로 20대(64.4%), 30대(41.7%), 40대(39.2%), 50대(36.1%), 60대 이상(28.3%) 순이었다. 수도권 전입을 희망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가 60대 이상보다 약 2.3배 높았다.
수도권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주요 이유로 열악한 일자리 여건(47.4%)을 가장 많이 꼽았고, 문화·휴식시설의 부족(20.9%), 보건·의료시설 접근성 미흡(20.4%)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요인의 근본적 원인은 지역경제 위축으로 실제 지방민의 71.2%는 올해 지역경제가 작년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해 체감경기 수준은 작년의 82.5% 수준에 그쳤다. 작년 지역경제를 100이라 할 때, 올해의 지역경제 수준이 100미만은 악화, 100초과는 개선을 뜻한다.
지역별로는 전년 대비 광주(77.8%), 전북(78.2%), 충북(79.8%), 부산(80.4%), 전남(80.5%), 제주(80.7%), 대구(81.4%), 경북(82.2%)은 전체 평균(82.5%)보다 낮았다.
지방민의 72.0%는 올해 지역 일자리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체감일자리 수준은 작년의 82.5%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전년 대비 전북(75.8%), 광주(77.7%), 부산(78.0%), 전남(79.0%), 충북(80.3%), 대구(80.6%), 제주(81.6%), 경북(81.6%)은 전체 평균(82.5%)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지방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지역산업 활성화 등 지역 일자리 여건 개선(53.5%), ▷생활 인프라(쇼핑·병원 등) 구축(19.3%) 등을 지적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지방의 청년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경제의 활성화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라면서, “관광산업 활성화와 함께 지역의 성장동력 발굴․육성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국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향후 10년간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충청·경상·호남 등 지역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반도체 패키지, 최첨단 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 등 한국 핵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국내 주요 지역을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