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집에 혼자 두고 온 초코가 걱정돼서 일이 손에 안 잡혀요.”
직장인 이모(31) 씨는 최근 생긴 고민을 이렇게 털어놨다. 재택근무를 하다가 다시 회사로 출근하게 되면서 갑작스레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이 걱정된다는 말이었다. 이씨는 “팬데믹 기간 중 입양한 아이라서 아직 나이가 어린데, 혼자 있으면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들어 재택근무가 끝나고 ‘직장 복귀’를 하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이씨처럼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고민하는 사람도 늘었다. 아마존, 구글 등 일부 글로벌 기업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강아지와의 동반 출근이 가능했으나, 국내에서는 이를 허용하는 곳이 드문 형편다.
“혼자 남은 반려동물의 분리불안·스트레스 우려 커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의 ‘나홀로’ 시간은 늘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 40분이며, 1인 가구의 경우 평균 7시간 20분이다.
예민한 반려견은 보호자가 없는 동안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분리불안 증상도 나타난다. 꼬리, 손, 발 등 몸의 일부를 계속 핥고 물어뜯거나, 배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의 증상으로 불안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의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용품 브랜드인 페스룸 관계자는 “강아지 장난감인 노즈워크나 고양이를 위한 허브 일종인 캣닢 등 기존에는 촉각과 후각을 활용한 스트레스 해소 용품에 선호도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신경전달물질의 부족과 스트레스로 발생된 질병 예방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호르몬 케어 ·면역 물질이 함유된 전문 사료와 영양제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L-테아닌·L-트립토판·오래 씹는 영양 간식…스트레스 완화 제품 주목
실제로 펫푸드 시장에서는 반려동물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L-테아닌·세로토닌 생성, 불안 완화를 돕는 L-트립토판, 신경안정물질 가바(GABA) 등이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장 건강을 통해 불안증을 개선하는 유산균도 주목받고 있다. 모두 현대인이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섭취하고 있는 성분이다.
이러한 성분들은 대부분 스틱 분말로 출시된다. 반려동물의 사료에 뿌려서 간편하게 급여하는 방식이다.
간식 또한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혼자 있을 때에도 반려동물이 즐거움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칠면조 힘줄 스틱, 말린 돼지 귀, 단단한 껌 등 오래 씹을 수 있는 간식이 관심을 받고 있다. 페스룸 관계자는 “트립토판이 풍부한 칠면조 힘줄에 천연 마누카꿀을 코팅한 ‘허니 터키츄’ 간식의 경우, 4개월 동안 품절이 반복하는 등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며 “스트레스 완화 제품의 호응에 힘입어 관련된 후속 제품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흐름에 따라 사람이 먹는 푸드와 펫푸드 트렌드는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최근 정서안정을 돕는 시장이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펫푸드 시장에서도 스트레스 해소 성분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