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마을, 유채꽃-벚꽃 환상 하모니
독일마을 진짜독일, 미국마을도 봄향기
마도를 향한 아난티 남해 시원한 티샷
고사리-보물초-죽방렴 멸치 건강봄미식
충무공 노량대첩 바다 횟감 스테디셀러
설리스카이워크 38m 그네 짜릿한 힐링
물미해안도로 중앙선침범 빈발 옥의 티
조선건국 인연, 금산 보리암 일출 장관
[헤럴드경제, 남해=함영훈 기자] 미국마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건강한 섬마늘이 푸르게 쑤욱 고개를 내밀고, 최대 120층 다랭이 마을 기슭 벚꽃길 아래엔 노랑 유채꽃이 층층이 피는 곳.
독일마을 슈무커 보리맥주 프리밧엑스포트 한 잔에다 부어스트 한 포크 베어물고 느끼는 봄바람. 벚꽃들을 갤러리 삼아 푸른 바다의 무인도 ‘마도’를 향해 티샷을 날리는 아난티 남해 골퍼들의 “굿샷”소리. ‘보물섬’ 남해군에 봄이 오는 방식이다.
해수면 부터 180m 높이, 설리 초대형 그네에서 울리는 청년들의 대양을 향한 웃음도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보물섬 보물초 고사리멸치 식후경= 남해바래길, 독일마을, 미국마을 여행도 식후경이다. 걷기여행길로도 유명한 앵강다숲에서 3월하순~4월초순 채취한 고사리는 요즘 최고의 영양분을 머금은 채 농수산 시장의 인기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3대 로컬푸드 중 고사리, 월동 시금치(보물초)는 막 출하되고 있고, 봄시금치와 섬마늘은 5~7월 차례로 나온다.
충무공 학익진 모양의 죽방렴에 밀물 때 들어온 멸치와 강된장의 하모니 ‘멸치쌈밥’, 아난티 인근 남면의 기가막힌 아구찜, 충무공 전승지 노량 일대에서 잡아올린 활어회는 사시사철 스테디 셀러이다.
다랭이마을의 계단식 섬마늘 밭은 최대 120계단.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3위에 올랐다. 이 찬란한 봄, 외부 손님들을 위해 유채꽃밭으로 탈바꿈시킨 곳은 계단식 주택가 옆 20층 남짓이다. 400년전 급경사 지형을 가진 섬에서도 양식을 얻기 위해 만든 다랭이는 처음엔 논이었다가, 쌀이 풍족해지자 특용작물 재배지로, 혹은 여행객들 눈요강 꽃밭으로 바뀌었다.
▶봄꽃밭 된 다랭이논= 꽃의 아름다움은 사람을 기분좋게 한다. 꽃밭속엔 2050 연인-친구-가족 여행객들의 재잘거림이 요란하고, 벚꽃 가로수 아래 벤치에 앉아 이들을 내려다보는 80대 어르신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다랭이 마을과 동쪽 상주은모래비치 사이 앵강만 한복판엔 서포 김만중이 유배됐던 노도가 있다. 문학의 섬으로 지정돼 있다.
남해바래길 탐방안내센터,앵갈숲 인근에 있는 미국마을 앞에도 건강한 섬마늘이 자라오르고 있었다. 마을 길로 접어들면 메타세쿼이아가 도열해 여행자를 반긴다. 자유의 여신상을 만나려면 우측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재미교포 몇몇이 이곳에 잡았고, “독일마을도 있는데, 미국마을도 해보자”고 해서 그 후 더 많은, 미국에 살아본 주민들이 모였다고 한다. 미국형 건축양식으로 지은 거주용 주택이 많은 가운데, 이제 미국식 카페, 펜션 등도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남해바래길= 미국마을 인근 앵강만에 바래길 탐방센터가 있다. 꼬불꼬불 남해군 해안선은 302㎞, 바래길은 해안과 동산을 오르내리며 239㎞. 둘은 끊임없이 밀당 숨바꼭질한다.
‘바래’는 바다가 열리는 때에 맞춰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말하고, 바래길은 억척어머니들이 자식 먹여살리려고 다니던 길이다. 즉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달려오던 길’이다.
본선 1~8코스 대표관광지는 각각 서포유배문학관, 비자림단지, 창선·삼천포대교, 아기공룡 발자국 가인리해변 화석 산지, 적량 해비치마을, 지족해협 멸치 죽방렴, 독일마을, 설리스카이워크이다. 9~16코스 대표 스팟은 노도, 미국마을, 다랭이마을, 천황산, 남해스포츠파크, 이순신 순국공원, 남해대교, 대국산성이다.
1960년대 경제개발의 시드머니, 외화벌이를 했던 독일파견 광산 노동자와 간호사들의 귀국 후 거처로 만들어진 독일마을은 이제 진짜 독일의 한 마을이 되어가는 듯 하다. 50여채의 독일식 건축물은 물론, 독일식 가게가 늘고, 독일 맥주, 독일 부어스트, 독일빵 등 한국 것 보다 독일 것이 많아졌다.
수제맥주공장과 펍을 겸하고 있는 가게에서 슈무커의 로즈벅 맥주, 다짐육의 신선함 때문에 입 안에서 ‘아삭’ 하고 베어지는 부어스트를 시켜놓고, 독일마을을 내려보노라면, 함부르크의 어느 바닷가 마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안절벽길 중앙선침범 추월 근절시켜야= 바래길이 아무리 좋다한들 마냥 걸을 수는 없다. 남해군의 드라이브코스는 한국의 아름다운 드라이브길로 선정됐지만, 해안 절벽지대를 가는 것이므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느림의 해안절벽 드라이브코스에서 심심찮게 중앙선을 불법 침범해 추월을 시도하는 차량 운전수들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연출하는 경우가 목격되는데 경남지방경찰청과 남해경찰서, 남해군은 반드시 이를 근절시켜야 한다.
필자도 지난 3월 31일 남해군 봄 소식을 전하기 위한 취재 도중, 물미해안도로 굽은 길 낭떠러지 구간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해오는 외제SUV 때문에 참사를 당할 뻔 했다. 공든 탑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중앙선 침범 가능성을 예봉하고 철저한 단속을 해야한다.
▶참새 방앗간, 보물섬 전망대= 물미해안도로의 절경을 감상하는 일은 S라인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운전하는 피로감과 함께 하므로 스릴 만점의 스카이워크를 체험할 수 있는 남해보물섬전망대에서 쉬어가자.
스카이워크는 투명 강화 유리를 공중에 설치해 그 위를 걷게 만든 시설이다. 안전 장구 하네스를 착용하고 안전요원이 배려심 깊게 걷는 법과 하늘을 나는 듯한 원심력 체험을 가르쳐 준다. 발로 난간을 힘껏 밀어 바다 쪽으로 몸을 던지면, 그네를 타듯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1-2초 만에 이뤄지는 스릴을 여러 번 시도할 수 있으므로 두려움을 느낄 새가 별로 없다.
물건~미조 물리해안도로 미조 종점인근 설리 스카이워크는 38m 높이 바다로 향하는 그네가 명물이고 청년들의 핫플레이스이다. 미조의 초전몽돌해변, 항도몽돌해변에 꼭 들러, 돌로 스몄다가 돌 사이로 빠져나가는 파도의 기가막힌 흐느낌을 감상해보라. 저녁때가 좋겠다.
▶남해 금산은 동해 금강산= 물미 해안도로 내륙에는 이성계의 혁명 성공과 관련된 보리암이 있다. 다른 이름을 가졌다가 워낙 수려해서 조선개국후 금산으로 바꾸었다.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해발 681m로 섬의 산 치고는 매우 높은 편이다. 금산은 일출 맛집이다. 그 속의 보리암은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고찰로 이성계의 왕조 개창을 도운 기도맛집이자 남해1경이다.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해수 관음 성지이다.
남해군이 남쪽바다라는 뜻의 보통명사를 자기 고을 고유명사로 쓰는 것은 남해안 일대의 다양한 매력을 집약해서 품은 곳이라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