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10시께 패션플랫폼 W컨셉에서 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단독 컬렉션이 론칭하자마자 구매 ‘광클’이 시작됐다.
컬렉션은 5분 만에 무려 1억원이 판매됐다. 이 브랜드는 요새 2030세대 여성 사이에서 아는 사람만 안다는 디자이너 브랜드 ‘에토스’로 지난달 W컨셉에 입점했다. 비슷한 시기에 입점한 ‘오어’는 자체 목표 대비 3배 이상의 매출을 냈다.
W컨셉 입점 ‘에토스’ ‘오어’…사려면 ‘오픈런’ 필수
최근 패션플랫폼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브랜드를 론칭해 ‘오픈런 맛집’으로 커진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위 ‘옷 좀 입는’, ‘아는 사람만 아는’ 팬덤 브랜드를 입점시켜 핵심 고객을 확보하고 상품 경쟁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다.
지난달 W컨셉에 입점한 에토스 역시 인스타그램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브랜드다. 모던 프렌치 스타일의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로 안나원 대표가 2021년부터 자체 디자인한 상품을 판매하며 유명해졌다. ‘패피(패션피플)’ 방송인 김나영 씨가 에토스의 트렌치 코트를 입으며 브랜드 인기는 더욱 커졌다.
옷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 뺨치는 광클이 필요하다. 에토스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미리 론칭 시간을 공지한 뒤 자체 온라인 몰에서 한정 수량을 판매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때문에 상품이 입고되는 날 이른바 ‘오픈런’은 기본이다. 대표 상품인 트렌치 코트는 판매 개시 후 2분 만에 품절됐다. 올 봄 신상품 1차 오픈에서 ‘카고 스커트’, ‘토트백’은 품절되면서 2차 재주문에 들어갔다.
성공비결 ‘나만 아는 브랜드’…“백화점 입점도 꺼려”
팬덤의 비결은 바로 고객과 소통이다. 에토스의 디렉터이자 대표가 직접 인스타그램 메신저(DM)으로 코디 방법, 제작 요청 등의 연락에 일일이 답한다. 안 대표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서 디렉터랑 직접 DM을 주고 받는 점을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어는 2016년 출시한 브랜드로, 클래식하면서도 실용적인 의류를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부클 소재의 재킷과 니트류가 인기다. 가방, 액세서리 등도 수차례 재주문에 들어갔다.
‘나만 알고 싶어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너무 유명해지는 것도 곤란하다. 최근 패션업계에서 화두인 스몰 브랜드가 백화점 등 다른 채널에 입점하기를 꺼리는 이유다. W컨셉 역시 두 브랜드를 설득하는 데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
W컨셉은 이들의 입점을 위해 지난 1년간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고 연락을 하며 삼고초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판매 창구가 되기 보다 고객들이 재밌어하면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방향을 먼저 제시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W컨셉이 입점을 제안했을 당시) 이제 시작하는 브랜드가 바로 플랫폼에 들어오면 ‘고객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조심스러웠지만 회사가 커져야 고객들도 좋겠다는 생각에 입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패션플랫폼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2030세대 고객을 록인(lock-in)하기 위함이다.
W컨셉 관계자는 “앞으로도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W컨셉의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브랜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