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폐교 위기’에 놓인 경상북도 경주시의 한 대학 간호학과에서 일명 ‘똥군기’ 논란이 불거졌다. 학생회가 아이를 키우는 만학도, 아르바이트 일정으로 바쁜 고학생 등에게 총회 필참을 강요하고 교수를 내세워 학교 시설물 청소 등에 강압적으로 동원했다는 하소연이 쏟아져나왔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지방대 무자비한 똥군기 문화,ㅠㅠ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방 소재 대학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작성자 A씨는 최근 학생회 소속 학생들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공지 등이 담긴 대화내역을 올리며 피해를 호소했다.
학생회는 총회 개최 공지를 대화방에 올리면서 "재학, 복학, 편입 예외 없다. 전원 참석"이라며 참석을 강요했다. 공개된 대화내역을 보면, 학생회 측은 '애 있는 엄마라 그 시간에 하원 하는 애 데리러 가야 해서 총회에 참석 못 한다'는 만학도의 메시지에 "다른 가족분들 통해 하원을 하시든지, 아니면 애 데리고 오시면 된다"며 "데리고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그리고 불참한다고 통보가 아니라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학생들을 향해 "학과 일이니까 하는 거고, 참석하는 것이다. 총회를 못 오는 경우가 생긴다면 사유를 정확히 설명하고 허락을 구해도 모자라는데, 사유도 말하지 않고 통보라니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거냐. 최소한의 학과 일조차 안 할 거면 자퇴하는 걸 권고드린다. 앞으로 학과에 없는 분이라고 생각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아르바이트로 인해 총회 불참을 알린 학생에게는 "아르바이트 같은 개인 사유로 불참 없다. 아르바이트 빼고 오면 된다. 학과 생활도 사회생활이고, 본인 신분은 학생 아닌가. 학교 사회생활 먼저 하는 게 맞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생회 회비 운용 내역을 묻는 학생에겐 "학생회비 사용 내역 공개는 따로 할 예정이 없다"고 일축하는 모습도 보였다.
교수를 대신해 공지한다며 건물 시설물 청소에 동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학생회는 '교수의 공지사항'이라며 목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건물 4, 5층 시설물 교환 및 가구 재배치에 학과 재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라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뜬금없이 사용하지도 않는 층을, 사용 안 한 지 몇 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먼지 구덩이 빈 강의실을 청소하라 시켰다"며 "청소에 참여하지 않았더니, 교수한테 불참 인원 명단을 넘겨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은 이같은 학생회의 태도에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 청소 시키고 학생회비 사용 내역도 공개를 안 한다니", "94학번인 나도 강의실 청소해본 적이 없다", "때려야 폭력인 줄 아나" 등 댓글이 이어졌다.
한편 해당 학교는 재학생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신입생 전원에게 4년간 매년 300만원의 장학금을 내걸었지만, 평균 경쟁률은 0.3대1에 그쳤다. 재학생은 4300명(2009년)에서 750명(2021년)으로 줄었다.
교직원 임금도 빌려 소송전도 벌어졌다. 지난 2021년에는 해당 대학 교직원 71명이 재단을 상대로 체불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노조 측에 따르면 25개간 밀린 월급이 5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